“기업은 인류의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해왔습니다. 사회적 요구에 응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역할이죠. 탄소중립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1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1’의 첫 번째 기조연설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맡았다. 그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20여 분간 기조연설을 막힘 없이 이어갔다. 최 회장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탄소중립이란 과제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가장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기업이 기후변화란 문제 해결에 스스로 뛰어들게 할 제도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사회의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입을 뗐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향후 10년간 피해액만 20경원에 이르고 2100년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가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기후변화가 기업의 활동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기업이 탄소중립을 그저 남이 내준 숙제가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은데, 기업이 살아남을 순 없습니다. 그저 착한 기업이 되는 것만으론 부족한 일입니다.”
최 회장은 “시장은 이미 130년 내연기관의 역사를 바꿔나가고 있는 테슬라에 다른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회란 말로만 표현하기엔 기업들에 탄소중립 달성의 벽이 높다”는 점도 하소연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탄소 감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감당할 제도나 정부·사회의 지원은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너무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책의 무게추를 페널티보다 인센티브에 둬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일방적으로 획일적인 감축 의무만을 강조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면 이를 그저 회피하려 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라며 “반대로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그만큼의 세제 혜택과 현금성 보상이 주어진다면 기업은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인센티브 수단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지금은 누가 얼마나 탄소를 절감했는지 측정조차 잘 되지 않아 현금 중심의 인센티브 제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과가 높은 기업에 당장 부담이 되지 않는 디지털코인을 부여하고, 측정 시스템이 갖춰지는 2030년 이후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그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대전환의 기회가 한국의 숙원인 ‘에너지 자립’ 실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최 회장은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고 수소 등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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