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의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에서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안중규 개발실장(사진)을 전북 정읍에 있는 SK넥실리스 공장에서 만났다. 그는 동박 공정 특성상 밤새 설비를 돌리면서 연구를 해야 해 초기 연구원들이 밤을 새우는 게 일상이었다고 했다. 안 실장은 동박 개발 초기부터 연구를 해오며 한국 동박산업을 이끈 산증인이다. 그는 “2016년 PCB(인쇄회로기판)용 동박 생산시설을 과감하게 전지용 동박용으로 바꾸면서 전기차에 올인했을 때가 현재의 SK넥실리스를 만든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PCB용 동박 시장은 일본 업체들의 놀이터였다. 점유율은 95%. IT(정보기술) 필수 소재인 동박을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자 국내 IT 업체들은 고품질 동박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SK넥실리스는 승부수를 띄웠다. 일본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넘어서는 데 연구개발의 주안점을 뒀다. 고품질 동박을 생산하기 위해 더 높은 전류를 흘려보내면서 더 빠르게 생산설비를 가동했다. 다음은 전지용 동박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안 실장은 “2003년부터 전지용 동박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기존에 35마이크로미터(㎛) 두께를 10㎛ 이하로 줄이는 게 어려웠다”며 “10명 안팎의 연구원들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설비 곁을 밤새 지키며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장 길고, 가장 넓은 동박을 양산할 수 있는 최고 기술을 갖게 됐다.
향후 계획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수준이다. 2025년까지 말레이시아(5만t), 유럽(10만t), 미국(5만t) 등 증설 소식이 나올 전망이다. 최근엔 음극재 사업에 진출하면서 지난달 초 발표한 ‘모빌리티 종합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4000억원이었던 2차전지 소재 매출을 2025년 4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저평가 매력도 크다. SKC는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이 26배대로 주요 2차전지 소재주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읍=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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