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식 규제' 발목에…마이데이터 첫발도 못 뗀 삼성카드·경남銀

입력 2021-11-10 17:45   수정 2021-11-1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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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회사는 ‘대주주 적격성’의 덫에 걸려 심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길게는 수년씩 심사가 중단되고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의 신사업을 심사할 때마다 연좌제식 규제를 적용하는 게 혁신 동력을 꺾고 있다고 주장한다.

1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카드와 경남은행은 지난해 11월 마이데이터 예비 심사 중단 결정이 내려진 이후 1년째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보험업법 관련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경남은행은 대주주인 BNK금융지주가 전임 회장 시절 시세 조종 의혹에 휩싸여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심사가 중단됐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는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대주주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주주 요건에는 대주주가 최근 5년 동안 금융관계 법률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신용정보법 하위 규정에는 대주주의 법 위반 또는 제재 사실이 있더라도 위반 사실이 자회사인 금융사가 영위하려는 업무와 관련이 없다면 예외를 인정하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예외’를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이들 회사는 사업을 진행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게 업계 얘기다. 특히 경남은행은 대주주인 BNK금융지주가 최근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으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대주주의 형사처벌 사실이 확정되면 심사 재개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회사들은 다 본허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베타테스트를 준비할 때 절차가 중단된 만큼 향후 사업에 뛰어들더라도 후발주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남은행과 삼성카드 모두 마이데이터 심사를 통과한 다른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우회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주주 관련 이유로 독립법인인 자회사의 혁신 사업 진출을 중단시키는 현재의 제도는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대주주에 대한 제재가 확정되기 전이거나 제재 사유가 신규 사업과 무관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보장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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