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 사태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계도 연말 대목을 앞두고 배송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4분기는 가전업계가 실적을 끌어올리는 성수기라 자칫 가전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배송 대란이 본격화할 경우 구매 가전을 소비자가 직접 수령하면 할인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전 배송 차량 대부분 디젤엔진 사용
10일 업계에 따르면 생활가전을 구입하면 소비자 집까지 배송해주는 차량 대부분이 디젤엔진을 사용해 요소수 없이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요소수 확보에 힘 쏟고 있지만 안정적 물량을 맞추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요소수는 2016년 이후 국내에서 제작되거나 수입된 디젤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되는 배출가스저감장치(SCR)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요소수 없이 차량을 운행하면 미세먼지 물질인 질소산화물이 노출돼, 제조사들은 요소수가 부족한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게 자동차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요소 수입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극심한 전력난에 따른 석탄 부족 현상을 이유로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수출량이 크게 줄었고 우리나라가 직격탄을 맞았다.
요소수 부족으로 인한 물류 대란이 본격화할 경우 가전업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분기는 가전 업계가 매출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성수기다. 블랙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금요일)부터 연말까지는 최대 쇼핑 대목으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할인 폭이 큰 행사가 진행된다. 때문에 국내 가전 업체들의 4분기 매출은 타 분기보다 30%가량 높다.
여기에 해운 운임 상승과 운임 지연 등으로 바닷길까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가전업계 불안감이 증폭된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말보다 31.36포인트 내린 4535.92포인트를 기록했다. 20주 연속 이어진 상승세를 멈췄지만 전 세계 주요 항구의 병목현상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항공 화물 운임은 떨어질 기미조차 안 보인다.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운임은 지난달 기준 1kg당 9.94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였던 9월(1kg당 9.74달러)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지난해 10월에 비하면 2배 수준에 달한다.
LG전자는 지난달 28일 3분기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해상, 항공 운임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H&A사업본부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년 초까지 요소수 가격 고공행진 이어질까 불안"
현장 분위기는 더 심각하다. 요소수 재고가 부족하거나 교체 주기가 임박한 기사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요소수를 구입하는 상황. 한 배송기사는 "11~12월 운행 거리는 타 계절에 비해 최소 30% 이상 많다"며 "요소수를 이틀에 한 번은 넣어줘야 하는데 당장 내일 운행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화물트럭에선 노조 성명이 나왔다. 대형 화물트럭은 주행거리 300~400km마다 요소수를 채워야 해 보충 주기가 매우 짧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요소수 품귀 현상에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에게 대부분 비용이 전가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요소수가 차후에 정상 유통돼도 이 시기 낮아진 소득을 메우기 위해 화물노동자는 밤낮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전 물류 배송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한 건 아니지만 곧 들이닥칠 사태에 불안감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며 "배송 적체 현상까지 겹치면 내년 초까지는 요소수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것 아닐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요소수 부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배송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효율적으로 요소수를 쓰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정말 심각해지면 운반이 용이한 가전을 대상으로 소비자가 직접 수령시 할인을 해주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됐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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