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정치초보’ 윤 후보가 이 후보 기세에 마냥 눌리진 않았다.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건넨 첫 마디는 “20여 년 전 성남 법정에서 자주 뵙던 사이”라는 인사말이었다. ‘대장동 게이트’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한 ‘선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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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정치적 경륜, 화려한 언변을 보고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는다. 경선 과정에서 잦은 말실수와 경험 부족에도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엔 그의 강직함과 솔직함, 리더십에 기대를 품는 국민들이 있어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런 국민들의 기대와 따로 노는 것 같다. 대선 캠프 자리를 놓고 이준석 당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캠프 측을 연일 압박한다. 기존 캠프의 일부 인사들을 겨냥 ‘파리떼’ ‘자리사냥꾼’ ‘하이에나’ 등 거친 발언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적 쇄신을 하라는 메시지다. 이 대표는 11일에도 “김종인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냈다”고 김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김 전 위원장에게 캠프 운영의 전권을 주고 모셔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종인이 또 대선 전면에 나서야 하나”는 거부감도 적지 않다. 다수의 당내 의원은 “김종인이 이번 대선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전권을 줄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과거 대선에서 본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때 대선 후보와 마찰을 빚었던 사례들도 거론된다.
최근 당내에서 재조명을 받는 인사는 권성동 의원이다. 경선 당시 캠프 ‘넘버 2’인 총괄지원본부장이었던 권 의원의 역할에 대해 당 안팎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권 의원이 경선 승리의 주역이라는 사실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없다. 당내 의원들은 “격을 따지는 권 의원이 비서실장을 군말없이 수용하는 것에 놀란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권 의원은 윤 후보와 친구사이긴 하지만 4선 중진의 정치 대선배. 검찰 기수로 따져도 윤 후보가 9년 후배다. 권 의원도 사석에선 “면이 서지 않는다”며 싫은 기색을 비친다고 한다. 그런 그가 군말없이 비서실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당장의 자리보다 정권교체의 대의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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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선대위 구성은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이미 정답이 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①당 중심 운영 ②중도확장 지향 ③특정 세력 주도 금지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상식적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선거 운영 전권을 주는 것은 세 번째 원칙에 맞지 않다.
김 전위원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의 경륜과 정치감각은 야권 승리에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비대위 시절처럼 김 전 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인사들이 많다. 반면 “윤석열이 표방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 줄 인물들을 적극 기용해야 한다”(장성민 전 의원)는 의견엔 저절로 귀가 기울여 진다. 이 대표가 그런 역할을 담당할 상징적인 인사다. 다만 내부 통합을 우선해야 할 시기 내부 총질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이 대표의 잇단 발언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에선 어떤 식으로 선을 긋더라도 파리떼와 하이에나는 몰리게 마련이다. 권력의 속성이다. 대선을 치러본 인사들은 “외연을 넓히되 전략·메시지·공보 등 핵심 보직에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기용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권영세 의원의 중용에 대해 반대하는 당내 의견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곰곰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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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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