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변화 촉구는 근로기준법 개정, 특히 고용유연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 산업계에서 무수히 요구해온 것이어서 그 자체로는 새로울 것도 없다. “1953년 제정된 이 법이 산업화 초기의 획일적 규율방식에 머물러, 강산이 일곱 번 변하는 동안의 산업구조와 노동 환경을 담지 못한다”는 경총 지적 그대로다.
핵심 이슈인 고용경직성 문제도 국제 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해고의 경우 한국은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데, 정당한 이유라는 게 극히 제한적이다. ‘임의고용 원칙’에 따르는 미국의 유연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금전보상을 통한 해고분쟁 해결, 새로운 조건에서의 근로관계 유지 제도가 정착된 독일에 비해 크게 경직돼 있다. ‘평생직장’ 관행이 강한 일본조차 정리해고 등의 판례 요건을 보면 한국보다 덜 완고하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율계약인 ‘고용’에 법이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고용 과보호의 일자리 구축(驅逐)’ 같은 역설적 현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최근 고용절벽과의 인과관계를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을 다 없애겠다고 정부가 나서자 오히려 비정규직이 사상 최대로 늘지 않았는가.
근로기준법만큼 논쟁거리가 된 법도 드물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열악한 노동자가 사용자 측을 향해 이 법의 준수를 외치며 쓰러져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면서 이 법이 무서워 해외로 나가는 기업이 줄을 잇는다. 노동법제가 대개 그렇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약자는 이 법의 보호를 받지도 못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채, 일부 대선주자들은 성급하게 ‘주 4일 근무제’를 외친다. 앞서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프랑스 정부가 ‘정책 실패’ 평가를 내리고도 되돌리지 못하는 시행착오는 못 봤나. 근로기준법이 ‘꿈의 직장’으로 만든 공직·공기업·대기업 등의 ‘귀족 근로자’만 우대하는 정책과 공약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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