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AA.28027880.1.jpg)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정당별 후보가 확정되면서 여러 이슈에서 논쟁점이 선명해지고 있다. 포퓰리즘 선심공약들로 인한 논란이 심상찮지만, 관점과 지향점이 확실히 구분되는 정책 차별화도 나타난다.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을 비롯해 2배 이상 급등한 지역이 속출한 집값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전 세대에 걸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집값 문제에 관한 한 물러나는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무능에 대한 쏟아지는 질타 속에 스스로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선판의 열기를 달구는 주택공급 방안과 그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놓고 상당히 대조적인 주장과 공약이 나오고 있다. 크게 봐서 규제를 더 죄고 개발이익의 환수 장치를 강화하는 등 공공의 역할을 더 키우겠다는 목소리(이재명)와 양도소득세 한시적 인하와 민간 주도의 건설로 부족한 공급을 채우겠다는 약속(윤석열)으로 나뉜다. 요컨대 공공의 역할 강화냐, 민간 기능의 극대화냐의 문제다. 규제 강화를 통한 공공역할론은 문재인 정부 정책과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대면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주택공급과 집값 안정, ‘규제 강화론’ 에 주목할 것인가, ‘민간 확대론’ 에 희망을 걸어볼 것인가, 유권자 판단이 중요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이 그런 내용이다. 개발이익을 공공 부문에서 관리해야 부족한 공급분을 채울 수 있다. 물론 성남시에서의 초대형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의 거부감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제대로 장치를 마련하고 감시체계를 가동한다면 개발이익 사유화는 막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장동 스캔들’은 하나의 반면교사다. 이 후보는 부동산과 관련한 수익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실질적 환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금 강화가 대표적이다. 기존 주택 관련 세금의 세율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와는 다른 차원의 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토보유세는 개념이고, 현실적으로 적용된다면 ‘기본소득토지세’ 같은 형식이 될 것이다. 일정 금액이 넘는 주택이나 토지에 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모든 개인과 법인이 소유한 집과 땅에 부과하는 일종의 ‘징벌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걷은 세금을 ‘기본소득’이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되돌려줘 조세저항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연구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낡은 아파트 등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은 더 적극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다만 늘어나는 세 부담은 납부 시기를 미뤄주는 과세이연제도 도입 등으로 보완된다.
그런데도 비슷한 정책을 계속 이어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보나마나다. 이제 정책의 방향을 확 바꿔야 한다. 그래야 주택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 이게 집값 안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집에 대한 세금 강화는 해법이 아니라는 게 지난 5년간의 실험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충분히 확인됐다. 보유세·양도세 모두 완화할 필요가 있다. 세금 신설이 아니라 기존의 종합부동산세도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게 시장 안정에 더 효과적이다. 대출 금지 등으로 무조건 수요만 틀어막는다고 수요가 억제되지 않을뿐더러 미래의 수요까지 앞당겨 가수요를 부채질하게 된다. 시장의 수급(需給)이 자연스럽게 돼야 한다.
개발이익 환수 주장도 언뜻 약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분히 선동적이다. 개발이익 환수를 과도하게 하자 낡은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재개발에 나서지 않은 채 이른바 ‘몸테크’로 버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지역에 새집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개발이익을 집주인과 공공이 합리적·상식적 선에서 적절히 나눈다면 서울에서만도 몇십만 가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경직된 규제와 일방적 개발이익 환수가 이를 가로 막는다. 수요과 공급 양 측면에서 시장에 자율을 주면 균형점이 형성된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AA.18068503.1.jpg)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