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11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이면 제가 3년간 준비했던 입시가 끝난다는 기대와 우려, 걱정 등이 가득했습니다.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했고요. 하지만 짐을 싸고 난 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만 있자는 편한 마음을 먹으니 잠이 왔습니다.
오전 4시, 갑자기 잠이 깼습니다.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평소 6시간 반가량 자던 저는 전날 설치다가 잔 걸 생각하면 평소보다 2~3시간 정도 적게 잔 셈이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볼 수 있을까란 걱정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셨던 한 학생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4시간을 자고 눈을 감고 피로를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내서 목표한 대학에 합격했다는 말을요.
오전 8시10분, 입실이 끝났습니다. 감독관 선생님도 곧 들어오셔선 각종 확인과 필기구 배부 등을 하십니다. 물론 엄격하고 정확하게 진행하시기에 긴장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분들도 우리 같은 수험생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고, 모두들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마음속으로는 응원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문제가 생겼거나 시험 진행 등에 관해 의심스러운 게 하나라도 있으면 얘기하세요.
오전 8시35분, 첫 국어가 시작됩니다. 시험지를 배부받고 답안지를 받는데 굉장히 긴장됩니다. 그럴 때, 본인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나 말을 하면 어떨까요? 저는 그동안 공부해왔던 제 자신을 떠올리며, 여태껏 노력한 시간이 있는데 잘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국어가 시작되자 화작문이 생각보다 더 걸려서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항상 계획은 유동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문학에서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그런데 한 지문이 안 풀렸습니다. 도저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시간은 저를 압박했습니다. 결국 두 문제를 포기하고 15분 동안 푼 문제들을 검토했습니다. 검토를 마치자 5분이 남아 저는 못 푼 문제를 풀고자 했는데(나중에 확인했을 땐 틀렸더군요) 지금 생각했으면 못 풀겠는 건 넘기고 헷갈리는 걸 점검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수학이 끝나고 자리에서 식사하며 숨을 고르고 평소보다 적게 먹으시길 바랍니다. 예열 질문을 보시며 영어를 바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영어와 한국사와 한국지리는 크게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회문화 과목에서 막히는 문제가 나왔지만, 결국 풀렸습니다. 막힐 때마다 넘기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다시 보곤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안 풀릴 때 계속 붙잡고 있는 거보다는 다른 문제를 먼저 보고 다시 돌아오면 어떨까요?
주호연 연세대 경영학과 21학번(생글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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