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과 2021년…대항해시대에서 대우주시대로

입력 2021-11-14 16:46   수정 2021-11-15 01:51

콜럼버스는 희대의 벤처사업가라고 평가받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의 이면에는 신대륙에서 총독의 지위 보장과 총 수익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계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심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개인의 이익 창출이 보장돼 있었기에 끝까지 탐험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똑같은 일이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우주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 이익을 창출하고자 뛰어드는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항해시대의 뒤를 이은 대우주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이 실감 난다.

민간 중심의 상업적 우주 개발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버진갤럭틱을 시작으로 아마존, 스페이스X가 차례로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과 독점계약을 맺고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아폴로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NASA의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가 추진되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초점은 달에 존재하는 얼음과 헬륨 등 자원 채굴 및 활용 방안에 맞춰져 있다. 다양한 민간 기업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는 게 핵심이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느린 위성통신망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구상된 통신 사업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1700여 개 위성을 발사해 베타서비스를 하고 있다. 원웹은 내년까지 총 648기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하기로 했다. 아마존도 내년 4분기 첫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도 우주 개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미사일 개발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폐지됐기 때문이다.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누리호 발사 이후 독자적인 수송능력을 확보했다.

1492년과 2021년. 각각 바다와 우주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는 탐험을 떠나고 전례 없던 성과를 거뒀다. 콜럼버스 이후 유럽과 신대륙에서 정치, 경제, 종교 등 인류의 역사적인 대변혁이 일어났듯이 지구와 우주 공간의 교류 속에서 인류는 또 다른 대변혁을 맞이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두 남자가 우주에 뛰어들면서 콜럼버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우주시대의 초입 구간에서 씨를 뿌려놓을 때가 왔다. 방향성을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임상국 < KB증권 WM스타자문단 수석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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