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부담이 급증한 것은 집값·공시가격 급등에 이어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85%→90%)으로 과표가 커지고, 세율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당도 이를 우려해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기존 9억원)으로 높이려 했으나, ‘상위 2%’ 변경안으로 혼선을 빚다 결국 11억원으로 완화폭이 줄었다. 이 때문에 11억~12억원 사이 주택 보유자들의 원성이 커지게 생겼다.
약탈적·징벌적이란 부동산 세금에 대한 비판에 더해 각종 세제 개선안들이 조삼모사(朝三暮四) 식으로 왔다갔다하거나 흐지부지되니 납세자 신뢰가 생길 리 없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불쑥 던졌다가 책임도 못 진 경우가 수두룩하다. 작년 4·15 총선 때 이낙연 당시 여당 선대위원장이 1주택자 종부세 부담 완화를 약속했지만, 선거에서 압승하자 없던 일이 된 게 대표적이다.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1.2~6%로 두 배가량 높인 12·16 대책(2019년)을 원안대로 고수한 것이다. 고령의 1주택자에게 부동산 처분시점까지 과세를 유예해주는 방안도 언급됐으나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상속세(경영권 할증 시 최고세율 60%) 개선 논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중과세 문제, 기업 상속 어려움 등 개선 필요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으나, 한참 뜸 들인 결론은 “세율 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짚어보고 있다”고 한 유산취득세 전환도 중장기 검토과제로 돌렸을 뿐이다. 고작 상속세 연부연납(분할납부)만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을 검토한다는 수준이다. 국민 세부담과 합리적 조세 개편보다 세수 감소만 의식하는 것 같다.
여당의 1주택자 양도세 완화안(비과세 기준 9억→12억원)도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로 당초 취지가 반감될 공산이 크다. 종부세 강화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도 회의적이지만, 내년엔 부과대상이 70% 더 늘어날 판이다. 이런 식이면 ‘나라에 월세 내는 꼴’이란 자조(自嘲)를 넘어 국민 조세저항을 자초하고 말 것이다. 최소한의 세제 개선안조차 자꾸 ‘없던 일’이 되면 민간의 경제 활력은 더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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