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사양은 나중에 붙여줄게" 옵션 빼!…럭셔리카 대신 '옛날車'가 왔다

입력 2021-11-15 17:05   수정 2021-11-16 01:37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반도체 공급난을 타개하기 위해 ‘미완성 차량’ 또는 ‘아날로그 옵션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일부 편의사양을 뺀 차를 먼저 소비자에게 인도한 뒤 나중에 부품을 장착해 주거나, 첨단 사양을 아예 아날로그 방식으로 바꾼 차량을 전달하는 것이다. 반도체 부족을 상대적으로 잘 극복한 테슬라부터 럭셔리카의 대표격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길어지는 출고 대기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아 보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인기 사양까지 제거해 출고
15일 외신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C타입 USB포트가 없는 모델 3와 모델 Y를 인도하고 있다. 일부 차량엔 스마트폰 충전패드도 장착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다음달 부품이 확보되면 USB포트를 붙여주겠다고 소비자에게 안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부터는 조수석의 허리받침 기능을 별도 공지 없이 빼기도 했다.

다른 완성차업체는 첨단 사양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바꾼 차량을 인도하는 대신 해당 옵션 가격을 되돌려주고 있다. 반도체 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도다. 가장 많은 사양을 제거한 기업은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의 직격탄을 맞은 제너럴모터스(GM)다. GM은 이달부터 쉐보레, GMC의 차종별로 열선 시트 및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폰 충전패드 옵션 등을 뺐다. 고음질의 음악을 제공해 장거리 여행이 많은 미국 운전자에게 인기가 있는 옵션인 HD라디오 기능도 제거했다.

포드는 터키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내비게이션의 위성항법 시스템을 없앴다. GM과 포드는 그동안 1만여 대가량 픽업트럭을 쌓아놓고 나중에 반도체를 붙여 출고하기도 했지만, 출고 대기가 길어지며 최근엔 옵션을 아예 없애는 추세다.

럭셔리카 브랜드는 과거 옵션으로 돌아가고 있다. BMW는 디스플레이의 터치스크린을, 벤츠는 스마트폰 충전패드 등을 지난달부터 모두 없앴다. 포르쉐는 4월부터 좌석을 18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기 옵션인 조정식 시트를 제거했다.
현대차는 편의사양 최대한 유지
완성차업체가 주로 제외하는 기능은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 차량용 반도체가 다수 쓰이는 첨단 편의사양이다. 자동차업계가 반도체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하이테크 옵션 전쟁을 접고, 생산 안정성을 위한 로테크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차주들은 3~4년 전에 만들어진 차량을 운전하는 기분일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길어지면 차량 완성도가 떨어져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아직 편의사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대신 차량 인도를 미루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옵션 적용 시 최대 6주가량 납기가 지연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옵션이 적은 차량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GV70는 이달 계약 시 출고까지 5개월가량 걸리지만, 선루프를 적용하면 4~6주 더 길어진다. 출고에 4~10주 걸리는 그랜저에 JBL 사운드 옵션을 넣으면 1~2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팰리세이드도 듀얼 와이드 선루프를 장착하면 그랜저와 같은 기간이 더 걸린다.

절대 판매량이 줄어든 외국 자동차업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과거 1~2개월 걸렸던 출고 기간이 2~4개월로 늦어졌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옵션 제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프랑스 본사에서 XM3의 유럽 수출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를 부산 공장에 밀어줘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모든 차량이 사양에 관계없이 최소 한 달 내 출고된다”고 전했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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