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완성차업체는 첨단 사양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바꾼 차량을 인도하는 대신 해당 옵션 가격을 되돌려주고 있다. 반도체 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도다. 가장 많은 사양을 제거한 기업은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의 직격탄을 맞은 제너럴모터스(GM)다. GM은 이달부터 쉐보레, GMC의 차종별로 열선 시트 및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폰 충전패드 옵션 등을 뺐다. 고음질의 음악을 제공해 장거리 여행이 많은 미국 운전자에게 인기가 있는 옵션인 HD라디오 기능도 제거했다.
포드는 터키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내비게이션의 위성항법 시스템을 없앴다. GM과 포드는 그동안 1만여 대가량 픽업트럭을 쌓아놓고 나중에 반도체를 붙여 출고하기도 했지만, 출고 대기가 길어지며 최근엔 옵션을 아예 없애는 추세다.
럭셔리카 브랜드는 과거 옵션으로 돌아가고 있다. BMW는 디스플레이의 터치스크린을, 벤츠는 스마트폰 충전패드 등을 지난달부터 모두 없앴다. 포르쉐는 4월부터 좌석을 18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기 옵션인 조정식 시트를 제거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아직 편의사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대신 차량 인도를 미루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옵션 적용 시 최대 6주가량 납기가 지연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옵션이 적은 차량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GV70는 이달 계약 시 출고까지 5개월가량 걸리지만, 선루프를 적용하면 4~6주 더 길어진다. 출고에 4~10주 걸리는 그랜저에 JBL 사운드 옵션을 넣으면 1~2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팰리세이드도 듀얼 와이드 선루프를 장착하면 그랜저와 같은 기간이 더 걸린다.
절대 판매량이 줄어든 외국 자동차업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과거 1~2개월 걸렸던 출고 기간이 2~4개월로 늦어졌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옵션 제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프랑스 본사에서 XM3의 유럽 수출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를 부산 공장에 밀어줘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모든 차량이 사양에 관계없이 최소 한 달 내 출고된다”고 전했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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