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의미 있는 공부를 하는 걸까? 2021년 국가공무원 9급 채용에 약 16만 명이 응시해 2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일반행정의 경우 필수과목이 국어, 영어, 한국사이고 선택과목은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 수학, 과학, 사회로 이 중 두 과목을 선택하게 돼 있다. 대학생이 대부분 응시하고 있음에도 공무원이 해야 할 다양한 판단과 상황대처 능력을 평가하기보다 고등학교에서 이미 배운 과목으로 선발하고 있다. 7급 공채시험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인사혁신처에서도 면접 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학 4년 동안 자신의 전공을 얼마나 충실하게 공부했는지를 평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왜 청년들이 공직을 선택하는 걸까? 2019년 한국행정연구원이 1017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 인식조사 결과(2개 복수응답 허용)를 보면, 다양한 공직 선택 동기 중 신분 보장과 안정된 경제생활이 각각 64.9%, 45.3%인 반면 역할과 사명감은 30.5%에 불과했다. 공무원 시험 제도가 높은 공직 봉사 동기와 우수한 능력을 함께 갖춘 사람을 뽑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학 교육과 공직 진출이 분리돼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학생은 삶과 세상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운다. 공직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갈등 조정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학원에서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통해 갖출 수 있다. 현장형 인재 채용과 더불어 공직 채용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역인재추천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개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칭 ‘공직인재추천위원회’를 학교마다 설치해 외부위원의 참여를 필수로 하고, 회의록을 공개하며 매년 선발자의 인적 정보를 제외한 정량·정성 평가정보를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도가 잘 정착된다면 추천제의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다.
우수한 대학원생 인력의 공직 진출도 확대해야 한다. 한국 대학원 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른 대학보다 사정이 좀 나은 서울대조차 공학전문대학원이나 경영전문대학원의 정원 내 충원율이 80%도 안 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방대학이 어려워지면서 박사 학위자의 취업이 더욱 힘들어졌고, 대학원을 나와도 취업이 불확실하니 아예 대학원을 기피하는 것이다. 공직사회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와 석·박사 학위자의 비중을 과감히 늘려 소위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이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공직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청년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동향’을 보면, 2021년만 해도 30대 미만 젊은 청년들이 매달 1만5000개 이상의 기업을 창업하고 있다. 대학에는 수많은 창업 동아리가 생겨나고 있고, 대학마다 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 관련 학과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청년을 공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임기제 혹은 별정직 등의 유연한 채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좋은 인재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을 대량생산 시대의 틀에 맞춰서는 안 된다. 똑같은 공무원 일자리가 있다면 정말 공직에 봉사하려는 사람, 전문성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유능한 청년 인재를 찾으려는 절박함이 없는 정부는 그 비대함과 무사안일로 인해 국민의 존경을 잃어버릴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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