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결사는 간판 ‘리니지’였다. 과금 논란 등으로 위기를 맞은 엔씨소프트가 신작 ‘리니지W’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회사 주가와 영업이익 등 지표가 크게 떨어졌지만 리니지W가 출시 약 열흘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면서다.
15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최근 리니지W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4일 글로벌 출시한 리니지W가 초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덕분이다. 앞서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리니지W 글로벌 일매출은 120억원 정도”라고 밝혔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1000억원 돌파가 무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CFO 언급대로 그 정도(1000억원 매출)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리니지W는 역대 엔씨소프트 게임 중에서도 출시 초반 매출과 이용자 수 등 각종 지표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수년간 국내 게임 1위를 독식한 리니지M 시리즈를 밀어낸 카카오게임즈 ‘오딘’의 성적표도 가뿐히 넘었다. 오딘의 출시 첫날 매출이 70억원 수준이었던 데 비해 리니지W 첫날 매출은 100억원 이상이었다.
리니지W는 흔들리는 엔씨소프트의 명운이 걸린 게임이라 할 만하다. 회사 측은 출시를 앞두고 “24년 전 리니지 출시 당시로 돌아가 게임 본연의 재미로 승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논란이 일었던 과도한 과금 모델은 대폭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엔씨소프트의 변화를 공언한 김택진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이라 표현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실제로 리니지W는 직전에 나왔던 엔씨소프트의 전작 ‘블레이드 앤 소울2’(블소2) 등에 비해 이른바 ‘현질’(현금 결제) 요소를 확실히 줄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과금 유저(이용자)도 충분히 게임을 플레이할 만하다는 평가다. 과도하게 과금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변화를 준 게 효과를 봤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소2 등 과금 모델 때문에 라이트 유저들이 불편해했던 요소를 많이 뺐다”고 귀띔했다.
진입장벽도 낮췄다. 리니지W가 리니지의 대중화·세계화를 목표로 내건 만큼 신규 유저 확보에 신경 썼다. 회사 측은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경험했던 유저뿐 아니라 신작을 통해 처음 리니지 IP를 접하는 유저도 플레이하기 어렵지 않도록 했다. 캐릭터 성장, 사냥, 전투 등 리니지 고유의 게임성을 보다 대중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름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게임답게 해외 반응이 좋은 게 눈에 띈다. 리니지W는 한국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일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한국 게임 흥행이 쉽지 않은 일본 시장에서도 한때 일매출 톱10(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에 진입하는 등 마음먹고 만든 리니지 글로벌 버전임을 각인시켰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초반이지만 글로벌 이용자 지표가 좋은 편이다. 리니지 세계화를 목표로 과금 요소를 줄이고 라이트 유저들을 공략하는 등의 노력이 대만 유저들에게 많이 어필한 것 같다”면서 “한국과 대만 유저들 간 대결 구도가 조금씩 생기는 것도 보인다.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