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무역협정이다. 애초 인도도 포함됐지만 값싼 중국 제품의 공세가 거세질 것을 우려한 인도가 협상에서 빠지면서 작년 11월 15개국의 서명으로 최종 타결됐다.
우리 정부가 국회 비준을 서두르는 이유는 RCEP 발효가 내년 1월 1일로 확정된 영향이다. 협정은 15개 참가국 중 아세안 6개국 이상, 비(非)아세안 3개국 이상이 비준서를 제출하면 60일 뒤 효력이 발생한다. 이미 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 등 5개국을 제외한 10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했다.
RCEP에 서명한 15개국의 무역 규모는 5조6000억달러(약 6656조원), 국내총생산(GDP) 26조달러(약 3경901조원), 인구는 22억7000만 명으로 세계 인구·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동시에 참여한 첫 FTA라는 의미를 넘어 한·일 양국이 체결한 최초의 관세 양허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일 FTA는 2003년부터 4년 넘게 협상을 진행했지만 시장 개방 수준을 둘러싼 첨예한 신경전으로 결국 좌초됐다. RCEP 발효로 15개 회원국 간의 무역 규제가 통일되면서 거래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경쟁, 노동, 환경 등 까다로운 분야의 비관세 장벽 제거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또 한국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이미 FTA를 맺고 있어 경제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가 RCEP 비준동의안을 채택하면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한국은 RCEP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다자무역협정인 CPTPP 가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지난 9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더 이상 가입을 늦출 수 없다는 기류가 정부 내에 형성돼 있다. CPTPP는 관세 철폐율이 높아 농·축산업계 등 국내 반발을 넘어서는 게 과제다.
중국이 RCEP의 규칙을 잘 따를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CPTPP 가입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CPTPP 의장국인 일본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등은 중국의 CPTPP 가입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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