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축소→고용감소’ 악순환…재침체 기로 놓인 한국 경제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11-15 14:06   수정 2021-11-15 14:33

가계 장바구니가 나날이 가벼워지고 있다. 지난달 라면(11.0%) 돼지고기·닭고기(12.2%) 등 식탁에 주로 오르는 제품들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결과다. 국제유가와 원자잿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물가 오름세가 꺾일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시장금리가 연일 뜀박질하면서 가계·기업의 이자비용 상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은 해외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기업들의 실적을 갉아 먹고 있다. 물가 급등, 금리 상승, 치솟는 환율이 한국 경제를 침체 터널로 다시 밀어 넣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올 소비자물가 10~11년래 최고치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발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를 종전 2.1%에서 2.2~2.3%로 올릴 계획이다. 올해 물가는 2011년(4.0%), 2012년(2.2%) 후 가장 높을 전망이다.

각종 물가 지표는 줄줄이 10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보다 3.2% 상승하면서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물가 고공행진 흐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는 지난달 35.8%(전년 동월 대비 기준)나 뛰었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08년 10월(47.1%) 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10월 미 소비자물가도 1년전보다 6.2% 뛰면서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3.5% 올라 1996년 집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뜀박질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이달과 내년 1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시장금리도 치솟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일 연 2.108%에 마감하며 2018년 8월 3일(연 2.108%) 후 3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 상단은 연 5.16%로 연 5%대를 돌파했다.

한은은 물론 미국 중앙은행(Fed)도 이달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는 등 '돈줄' 죄기에 착수했다. 그만큼 달러가치가 뛰면서 원·달러 환율은 '위기의 징후'로 통하는 '1달러=1200원' 선을 오가고 있다.
물가·금리·환율'3高'…가계소득·기업실적 갉아먹어
3대 변수가 겹치면서 실물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수출과 내수를 한꺼번에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물가 오름세는 코로나19 직후 터진 보복 소비와 원자재 병목 현상에 따라 빚어진 결과다. 공급이 동시에 충격을 받으면서 물가가 뛰는 만큼 추세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가 뛰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 수준이 감소한다. 예컨대 같은 돈으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제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줄면서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 그만큼 고용이 줄어들고 덩달아 가계 소득·씀씀이도 줄어든다. ‘구매력 감소→고용감소→구매력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가계가 실질 구매력을 보완하기 위해 임금상승 요구가 빗발칠 수도 있다. 원자잿값 등 뛰는 물가로 어려운 기업이 임금상승 요구까지 겹치면 재료비·인건비를 제품가격에 전가하거나 고용을 줄일 우려도 상당하다. '물가상승→고용감소·제품가격 인상→물가상승' 악순환 고리도 생겨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치솟는 금리와 환율 상승이 겹치면 기업·가계 살림살이는 더 나빠진다. 금리가 뛰고 이자비용이 불어나면서 영업이익·소득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 가계의 총 이자비용은 12조원 이상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환율이 오르면(원화가치는 하락) 해외서 조달하는 원재료와 원자재 비중이 많은 석유화학기업과 항공사의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치솟는 물가·금리·환율에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예컨대 연간 3000만배럴의 원유를 쓰는 대한항공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뛰면 3000만달러 손실이 발생한다. 이 회사는 56억달러의 외화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어 환율이 10원 오를 때 56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차입금이 13조원을 웃도는 만큼 금리가 연 1%포인트 뛰면 570억원의 이자비용이 불어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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