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엔 와인 못 마시나

입력 2021-11-16 16:52   수정 2021-11-17 01:00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와인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와인 제조업체들은 와인을 담을 병을 수입하지 못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세계 3위 와인 생산국이다. 스페인 리오하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프란치스코 이베이 바라아가는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프랑스에 병을 주문했지만 내년 5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며 “(병이) 다 팔려 없는 상태”라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문을 여는 식당이 늘어나고 연말 대목이 다가오면서 와인 수요가 증가했지만 생산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용광로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용 유리병의 생산을 쉽게 늘릴 수 없어서다. 포브스에 따르면 와인병을 제조하는 용광로 비용은 1억달러에 달한다. 수명이 다하는 약 10년 동안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줄이거나 확장하기 어렵다.

와인 패키징을 담당하는 색스코의 리치 패츠만 최고공급망책임자는 “와인산업의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과거에는 파업, 허리케인과 같은 국지적인 사항이 문제였다면 현재는 더 장기적인 난제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인병 수요가 급증했고 운송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도 겹쳤다. 스페인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5%를 기록했다. 29년 만의 최고치다. 완성품 와인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품의 가격도 올랐다. 스페인에서 와이너리 세 곳을 운영하고 있는 프레디 토레스는 “병 가격이 10%, 와인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종이 상자 가격은 12%, 와인을 담는 상자 가격은 100% 뛰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다른 와인 생산국도 고민이 깊다. 와인을 운송할 운전자가 부족해서다. 이탈리아는 지난 9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있는 그린패스를 의무화했다. 이탈리아 교통물류총연맹은 “90만 명에 이르는 트럭 운전사, 택배 기사 중 30%는 그린패스가 없어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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