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가계도 '달러 모으기'

입력 2021-11-16 17:07   수정 2021-11-17 01:04

지난달 국내 기업·가계가 보유한 외화예금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전망이 확산하면서 외화예금의 87%가량을 차지하는 달러예금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10월 말 거주자 외화예금이 9월 말보다 65억7000만달러 증가한 1007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증가폭은 작년 10월(78억7000만달러)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외화예금이다.

통화별로는 달러예금이 53억7000만달러 증가한 875억2000만달러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유로화 예금은 44억4000만달러로, 지난 9월보다 5억5000만달러 불었다. 엔화 예금(51억9000만달러)과 위안화 예금(17억5000만달러)은 각각 4억달러, 1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달러예금이 급증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안전자산’ 달러를 금고에 쌓아둔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는 등 달러가치가 뜀박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다.

달러예금은 8월(803억8000만달러), 9월(821억5000만달러)에 이어 이달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 달러예금은 704억9000만달러로 50억7000만달러 늘었다. 개인 달러예금은 170억3000만달러로 3억달러 늘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81원90전으로 9월(1170원40전)보다 약 11원40전 상승했다. 통상 환율이 뛰면(달러가치 상승) 환차익을 노리고 보유한 달러를 매각하고, 그만큼 달러예금은 줄어든다. 하지만 환율이 치솟은 지난달 달러예금은 되레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예금은 환율 상승 기대로 기업이 원화 환전을 늦춘 결과”라며 “해외채권 발행과 해외투자금 관련 자금이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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