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장 기대와 어긋난 우리금융 종합검사

입력 2021-11-16 17:13   수정 2021-11-17 00:19

지난 15일 오후 우리금융그룹 임직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달 ‘보류’ 통보를 받은 금융감독원 종합검사가 다음달 중순 재개된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 지주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종합검사다. 게다가 금감원의 예고 통지가 송달되기도 전에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회사 내부는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우리금융이 당혹스러워했던 건 정은보 금감원장이 지난 8월 취임 이후 시장 친화적 감독을 표방하며 ‘먼지털기식’ 종합검사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쳐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처럼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달라진 기류를 반영해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를 보류하고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회사 검사 및 제재 절차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보류하는 동안 SC제일은행 경영 실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당연히 우리금융 종합검사도 시스템 개편 이후인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불과 2주 뒤 나온 결정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는 워낙 큰 이벤트이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자 발생 등 특수 상황만 아니면 미루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그만큼 이번 보류 결정이 워낙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검사 관행이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금감원도 물론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우리금융 종합검사가 기존 검사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측은 “이번 검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실시해 향후 검사 업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시발점으로 삼겠다”며 “사전 감독과 사후 제재의 조화 및 균형을 도모하는 리스크 예방 성격의 검사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물론 실제 검사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우리금융 종합검사 통보 과정이 금감원 측이 약속한 대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졌는지부터 돌이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연말까지 다시 검사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16일부터 경영실태평가를 받기로 했던 SC제일은행은 돌연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검사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준비해야 한다”며 “구두로 검사를 통보했다가 한 달 새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회사로서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등을 만나 시장 친화적인 감독을 수차례 약속했다. 정 원장의 약속보다 금감원의 조직 논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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