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범생'이라던 유니레버, 홍차 매각하는데 ESG가 발목

입력 2021-11-16 17:36   수정 2021-11-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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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가 립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차사업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케냐 근로자의 인권 문제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져 매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유니레버는 차 브랜드와 차 경작지를 모두 소유하는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해왔다”며 “립톤 매각 과정에서 유니레버가 소유한 플랜테이션(대규모 농업농장) 세 곳의 인권과 공정 임금 등 민감한 이슈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니레버는 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자 올해 들어 립톤, 피지팁스, 브룩본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차사업부문을 분사해 독립 사업부인 에카테라를 신설했다.

에카테라는 연간 20억유로(약 2조6832억원)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다. 전체 몸값은 50억파운드(약 7조9140억원)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니레버는 “에카테라 매각뿐 아니라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와의 파트너십 및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을 위한 입찰에는 애드번트, 칼라일, CVC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레버는 매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물밑에서 에카테라의 오래된 골칫거리인 케냐 폭력사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니레버 케냐지사는 2007년 케냐에서 불거진 대규모 인종 갈등 당시 운영 중이던 케리코 농장에 대한 공격으로 피해를 본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건 직후 유니레버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 민사소송이 진행됐지만 원고 패소로 끝났다. 본사인 유니레버가 케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주의 의무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들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일부 피해자는 지난해 유엔 등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당시 폭력 사태로 7명이 사망하고 56명의 여성이 강간치상 피해를 봤다.

또 농장 공격 사태 이후 임금 지급이 6개월간 중단됐고, 이후 농장에 복귀하는 노동자에게는 약 한 달치 임금인 80파운드만 지급됐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유니레버는 유엔이 조사에 들어가면 성실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유니레버는 케냐 외에도 탄자니아와 르완다에 대규모 차 재배지를 소유하고 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에카테라의 잠재적 구매자들이 ESG 이슈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경작지 인권 문제가 매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입찰자들이 에카테라 몸값을 더 낮추기 위해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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