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천안함 사건은 명백한 북한의 폭침”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자부심과 명예감을 안겨주지 못할망정, 공격과 조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의 유족과 천안함 전 함장을 만나서는 “(정부가) 북한에 대해 굴종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행태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으며 중도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윤 후보가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집토끼’를 확실히 잡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퇴임 후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난 6월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독립운동가였던 우당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 행사를 찾아 “한 나라는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선언 직전에는 천안함 모자를 쓴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윤 후보의 발언에 최 전 함장은 “이 자리에 윤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에서 온 것이 아니다”며 “‘천안함을 믿으면 보수고 믿지 않으면 진보’라는 말도 안 되는 쪽으로 국론이 분열됐는데, 집권하면 이런 상황이 더 없도록 해주셔야 남은 전우·장병·유가족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도 “저희 유가족들은 항상 대통령이나 정부에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해왔다”며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허위사실이나 천안함 명예를 폄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북한의 피격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라며 “여기에 의혹을 제기하고 보도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판명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고위 공무원들에게 국회에서 (천안함에 대해) 물으면 모른다고 한다”며 “북한에 대한 굴종적인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이날 행보가 천안함 사건에 관심이 많은 2030 남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젊은 사람들이 군에서 국가안보를 지키다가 희생됐으니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래도 관심이 크지 않겠나 생각하지만, 정치적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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