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재원을 통한 대학 구조조정 시도는 그동안 ‘지방소멸 위기’ ‘지역 내 대학 필수’ 주장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원을 무기 삼은 ‘대학 줄세우기’ 정책의 근본적 한계라는 지적이 일견 타당하다. 그런 맹점이 이번에 지역 정서와 표심(票心)만 좇는 국회에서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지원 대학을 늘리려고 이미 선정된 대학 지원액을 줄이려던 방안이 논란이 됐으나, 탈락 대학 출신의 국회의원이 1210억원의 예산 증액안을 내놓아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이 통과된 것도 나쁜 선례다. 2023학년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9만 명 감축해야 한다고 감사원이 밝혔고, 지방 거점 국립대조차 모집정원을 못 채운 과(科)가 있을 정도로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국회가 이래도 되는지 의문이다.
더 중요하게는 대학 평가의 신뢰와 일관성이 모두 실추돼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선정 대학들은 “반발한다고 구제해주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구제 대학을 가리는 과정에서도 형평성·공정성 시비는 불가피하다. ‘전원 구제’ 요청까지 나오는 판이다. ‘아니다’고 평가한 대학에 대해 ‘적정하다’고 판단을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정책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국회를 더 설득하고 따졌어야 했다.
교육부는 첨단분야 대학원 정원을 늘리고 석·박사 연계 프로그램도 도입키로 했다고 그제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지방대 설득이 관건이다. 하지만 중요 교육정책이 국회의 ‘지역 정치’에 휘둘리고 파행 처리되는 현실 앞에서 어떤 좋은 대책인들 효과를 내고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싶다. 이런 식이면 대학이 ‘벚꽃 피는 순(順)’이 아니라 ‘한순간에 같이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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