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삼강엠앤티의 2926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송무석 삼강엠앤티 대표 등이 보유한 구주를 500억원에 취득하는 등 3426억원을 투자해 지분 31.83%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삼강엠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또 삼강엠앤티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 1169억원어치를 매입하기로 해 투자금액은 4595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삼강엠앤티는 1999년 설립된 중견 조선·기자재 업체다. 2010년대 초반 해상 풍력발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강엠앤티가 제작하는 하부 구조물(재킷)은 상부 구조물인 터빈과 타워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해상풍력의 핵심 설비다. 지난해 매출 4272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을 올렸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해상풍력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상풍력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강엠앤티를 앞세워 사업 영역을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앞세워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 들어 폐기물 처리업체 아홉 곳을 연달아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건설에서 친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친환경 가속화
해상풍력 플랜트 제조사인 삼강엠앤티는 작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열풍을 타고 시장에서 몸값이 크게 상승한 중견기업으로 꼽혀 왔다.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재킷) 제작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엔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기업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와 대규모 해상 구조물 공급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기업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수출에 성공한 건 삼강엠앤티가 처음이다. 외르스테드에 이어 덴마크 기업인 블라터, 벨기에 해상풍력 기업 JDN 등과의 계약도 잇따랐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7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탓에 사업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가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주력 사업을 친환경 신사업으로 전환하려는 SK에코플랜드가 ‘파이낸셜 스토리’를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기존 주력 사업인 플랜트에서 벗어나 2023년까지 3조원을 친환경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폐기물 처리,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엔 사명까지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꿨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사진)은 “그룹 차원에서 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향에 맞춰 친환경 발전분야 사업 영역을 본격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SK그룹의 CEO세미나에서 박 사장은 ‘ECO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송무석 삼강엠앤티 대표 등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강엠앤티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으로 경남 고성군 고성조선해양산업특구 양촌·용정지구에 신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신연수/강경민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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