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가 한은에 견제구를 날린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따라붙고 있다. 정부가 산하기관인 KDI를 움직여 관련 담론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장재정을 이어가는 데다 국가채무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는 정부로서는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66.7%를 기록해 올해 말보다 15%포인트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주요 선진국 35개국 가운데 가장 증가폭이 컸다.
기준금리가 뛰면 그만큼 국채 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진다. 금리인상으로 경기나 자산시장이 흔들리면 세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약화되는 것도 정부로서는 반기지 않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어야 물가를 반영한 실질 빚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위와 비슷한 이유로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분석을 체계화해 '재정 인플레이션'을 이론을 설계했다.
재정 인플레이션은 일부 신흥국에서는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일부 신흥국 기대재정수지(정부가 거둬들인 재정의 수입과 지출 향후 기대치)와 소비자물가와의 음(-)의 관계가 뚜렷했다. 기대재정 수지 마이너스폭이 클수록 소비자물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도 이같은 신흥국식 재정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인플레를 반긴다는 논리는 너무 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상식을 바탕으로 수치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본지 기고문(미래 재정, 진지한 논의 필요한 때)을 통해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유로화 등 국제 단위 결제나 금융거래에 통용되는 기축통화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고 국제적인 수요도 뒷받침된다"며 "기축통화국은 국가부채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같은)비기축통화국의 경우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면 국가신용도가 하락하거나 환율이 상승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대체로 기축통화국에 비해 국가 부채비율이 낮다"고 썼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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