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몸"…정유·화학 합작이 트렌드 된 까닭

입력 2021-11-19 17:15   수정 2021-11-2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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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체와 석유화학업체 간 최초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의 중질유 분해 복합설비(HPC) 공장이 내년 초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롯데케미칼은 원유 부산물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윈윈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케미칼의 이익 창출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구조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시너지 본격화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가 운영하는 HPC의 가동 시기가 내년 1월 말로 정해졌다. 충남 서산에 있는 HPC가 본격 가동되면 연 85만t의 폴리에틸렌(PE)과 50만t의 폴리프로필렌(PP)이 생산될 예정이다. PE와 PP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석유화학 사업 진출 초기엔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만 취급했다면 이후 방향족 화합물, 벤젠·톨루엔·자일렌(BTX), 올레핀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HPC가 생산하는 PE와 PP도 대표적인 올레핀 계열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레핀을 기반으로 점차 생활용품 소재로 다운스트림(하방 산업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3년 롯데케미칼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듬해 6 대 4 비율로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했다. 1조4000억원이 투입된 HPC 프로젝트는 정유사의 부산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원가를 낮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원료로 사용한다.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기존 설비와 달리 저렴한 탈황중질유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원가를 20~30% 낮출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HPC가 가동되는 내년부터 현대케미칼의 이익 창출 규모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생산된 물량이 모두 주주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판매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락의 직접 영향을 받는 정유사들이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내는 석유화학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스트림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HPC에서는 태양광 패널 소재로 쓰이는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도 연 18만t 생산될 예정이다. EVA는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보온성이 좋아 신발 밑창에 사용되던 소재다. 함량 비율에 따라 태양광 패널 소재 등으로도 사용된다. 최근 태양광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도 연초 t당 2241달러에서 3005달러로 34%가량 올랐다.

EVA 전량은 롯데케미칼의 영업력을 활용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정유사의 석유화학 사업 진출을 위기로 보지 않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이라며 “석유화학사도 안정적인 원료 조달과 원가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GS에너지와도 2019년 7월 합작법인인 롯데GS화학을 설립했다. 신규 공장을 짓고 있으며 완공 시 비스페놀A(BPA) 20만t, 페놀 35만t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석유화학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43만㎡ 규모로 지은 올레핀 생산시설(MFC)이 대표적이다. 시험 가동 중이며 연간 생산 능력은 에틸렌 75만t, PE 50만t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레핀 사업 진출은 장기적 성장 전략”이라며 “다양한 다운스트림 사업으로 확장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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