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자리에서 기껏 강조했다는 주문이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이 권리를 행사하려면 개인 신용등급 상승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금감원도 “2019년 법제화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인정했다.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모를 금리인하 요구권을 거론하며 금융사들에 책임을 떠넘긴 회의가 된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방어논리 개발에 급급한 금융당국의 자세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그제 낸 설명자료에서 금리상승의 주요 원인을 국채·은행채 등의 ‘준거금리’ 상승 탓으로 돌렸다. 글로벌 금리상승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한 불가피한 측면이 강했고, 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와 그에 따른 가산금리 상승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그렇게 볼 여지가 있지만, 신용대출 금리 상승은 우대금리 축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은 금융계에선 모르는 이가 없다.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했다는 전세대출 금리도 시장금리(코픽스 금리)가 0.43%포인트 오를 때 거의 두 배인 0.8%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올 들어 9월 말까지 이자차익으로 33조원 넘게 벌어들인 은행들의 영업행태가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해명이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은행 우대금리 축소(가산금리 상승)도 거슬러올라가 보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6%대에서 막겠다며 총량 규제에 나선 데 원인이 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을 종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금리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을 존중한다니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과거엔 가산금리 인상이나 대출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경고하는 식으로 구두개입하다 갑자기 표변한 금융당국의 행태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금융 자율을 흔들림 없이 추구하든지, 차라리 관치를 이어가든지 둘 중 하나만 하라는 시장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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