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美 통상장관, 고용부 장관 만난다…이례적 행보

입력 2021-11-19 11:00   수정 2021-11-19 11:08


미국 통상당국 수장이 10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19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다. 미 통상장관이 한국의 고용부 장관을 따로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용부는 안 장관이 19일 오전 11시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한다고 18일 밝혔다.

타이 대표가 방한한 것은 한미 통상장관 회담이 주목적이다. 타이 대표는 18일 입국해 코로나19 관련 유전자증폭검사(PCR) 등 방역 절차를 마치고 19일부터 정부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면담에 나설 예정이다. 19일 오후 2시에는 ‘제6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가 예정돼있다. 이 자리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양국 통상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공동위원회는 2019년 1월 한미 FTA 개정의정서 발효 이후 처음 열리는 대면 공동위원회다.

현재 한미 통상 현안으로는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강화 협력 △미 정부의 반도체 회사 공급망 자료 조사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기술·디지털 통상 협력 △기후위기 대응 협력 등이 있다.

FTA 공동위원회에 앞서 타이 대표는 안 장관을 만난다. 이번 면담은 미국 측에서 제의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공식적인 '면담 의제'는 한미FTA 노동 장(章)에 명시돼있는 '고용·노동 분야 협력 메카니즘'과 관련한 후속 논의다. 노동의 장에는 무역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의 노동권 적용 제외 금지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제2차 한미 노동협의회' 개최 등도 협의 대상이다. 한미FTA 노동 장에는 '필요시 노동협의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2013년 1차 노동협의회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다만 비공개로 진행되는 면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갈지에 대해선 추측이 무성하다.

한-EU FTA 논란에서 불거진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과 관련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보다도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안하고 있는 국가다.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이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관련해 모종의 발언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대표부 내 한 인사가 양 위원장의 최근 상황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는 전언이다. 미국 정부는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강조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 투자 중인 미국 기업의 노사 관계 등 기업 운영 환경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타이 대표가 방문하는 다른 나라의 고용 분야 관계자들도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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