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자립 나선 프랑스…"한국기업과 협력해 공급망 구축"

입력 2021-11-19 13:13   수정 2021-11-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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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경제 개발 계획인 '프랑스 2030'의 핵심 분야는 전기자동차, 그중에서도 배터리입니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해나가고 싶습니다.”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 지난 17일 열린 ‘한불 협력 컨퍼런스 - 자동차 배터리 셀의 미래’에서 세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영향력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함께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 주권을 되찾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래 배터리 기술에 대한 논의가 오갔으며 프랑스 배터리 업체 ACC가 프랑스, 유럽에서의 사업개발 기회를 한국 기업들에 소개했다.

연사로는 오 장관을 비롯해 올리비에 마르팡 프랑스 경제재정부 기업 총무, 필립 비앙장 ACC 최고기술책임자(CTO), 장밥티스트 페르노 ACC 최고운영책임자(COO), 루이 프리오 CEA테크 아시아 부대표, 유필진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미래 배터리 기술 핵심은 안정성과 친환경성

연사들은 미래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안정성과 친환경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 교수는 "배터리 업체들이 잇단 폭발·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안정성 제고를 최우선적 과제로 여기고 있다"며 "효율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기술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앙장 CTO도 "경제성과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배터리는 무엇보다 안전이 기본이다"며 "ACC는 2030년까지 안정성을 갖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프리오 부대표는 유럽 배터리 업계의 화두는 '친환경 배터리'라며 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유럽에서는 배터리 재활용률을 최대 95%까지 늘리기 위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며 "배터리 업계는 이러한 규제 리스크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앙장 CTO는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재활용이 쉬운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배터리 소재 단계에서부터 협력사들과 관련 기술을 함께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ACC가 최근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LFP 배터리는 무게가 많이 나가고 재활용도 어렵기 때문에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佛 정부의 탄탄한 지원에 고속 성장한 ACC

ACC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자회사인 배터리 업체 사프트(Saft)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합작사다. '배터리계의 에어버스'라고도 불린다. 유럽 국가들이 합심해 만든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와 같이 ACC도 프랑스, 독일 등이 합작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ACC는 IPCEI(유럽 주요 이익 공동 프로젝트)로 지정돼 이미 28억유로(약 3조7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2030년까지 120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프랑스 보르도에 위치한 R&D센터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기가팩토리 두 곳이 2025년까지 독일과 프랑스에 건설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3대 주주로 합류했다. ACC로서는 스텔란티스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라는 투자자이자 확실한 고객사를 확보한 셈이다. 페르노 COO는 "ACC는 스텔란티스와 메르세데스라는 확실한 배터리 공급처를 통해 장기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로 고객사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CC "한국 기업에도 큰 기회 될 것"

비앙장 CTO는 "앞으로 유럽 전기차에는 유럽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CC는 모회사인 사프트가 가진 배터리 기술력과 프랑스와 독일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설립 15개월 만에 전기차 약 3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수주했다"며 "ACC가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배터리 동맹을 결성하고 2030년까지 배터리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생산량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 수준에서 2030년에는 31%로 급증할 전망이다.

페르노 COO는 유럽의 배터리 자립 계획에 따라 유럽에서 한국 배터리 업계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국 배터리 소재 부품 기업들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30년까지 유럽의 배터리 설비 용량이 적어도 2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ACC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ACC는 이미 몇몇 한국 기업과 성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앙장 CTO도 "앞으로는 배터리 기업이 소재에서부터 관련 기업들과 전방위적으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은 배터리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는 ACC와의 협력을 통해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으며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국가와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한국은 배터리 모듈 및 셀 설계, 제조에 필요한 광범위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한국 소재 부품 기업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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