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자꾸 식탁을 벗어나는 원아의 다리를 잡아끌어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 유성구 한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아동을 담당했던 30대 A씨는 점심에 밥을 먹지 않고 자꾸 다른 곳으로 기어가는 한 원아를 잡아 자신의 품에 안은 채 밥을 먹였다.
이 과정에서 학대 의심을 받은 A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식사 시간에 자리를 이탈했다는 이유로 뒤에서 다리를 잡아끌었다"며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서재국 부장판사)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보면, 미끄럼틀로 가려는 아동 다리를 잡아 멈추게 한 A씨 행위 때문에 원아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리라고 보긴 어렵다"며 "다른 교사나 아동들이 특별히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이지도 않는 등 다리를 잡아끌었다고까지 볼 순 없다"고 밝혔다.
A씨가 원아의 다리를 잡은 이유도 울면서 식사를 거부하고 먹은 음식을 뱉는 아동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함이었다고 봤다.
A씨는 법정에서 "(아이) 부모가 맞벌이하고 있어서, 아이가 다른 원아들보다 일찍 등원했다가 늦게 하원한다"며 "점심을 제대로 먹이지 않으면 종일 배를 곯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밥을 먹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택한 훈육 활동으로 보는 게 맞다"며 "평소 조용하고 일을 잘해 어린 나이에도 주임 선생님을 맡았다는 증인 진술이 있는 데다 과거 학대 범죄에 연루된 적 없는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