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증가로 인한 월세난민 속출은 이미 예견됐다. 월세 전셋값 급등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전세 계약이 줄었고, 집주인들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가 늘어난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내놓은 임대차 3법과 대출규제, 보유세 증가 등이 결국 무주택자들의 월세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6169건이었다. 1∼11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합한 전체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1∼11월 월세 거래량인 5만4965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정해진 법정 기한 없이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된다. 이달이 마무리 되지 않은데다 최근 월세 거래 증가를 고려할 때 이러한 수치는 늘어날 전망이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올해 1∼11월 월세 거래 비중은 36.4%에 달했다. 직전 1∼11월 최고치는 2016년의 34.7%였는데 이를 갱신한 것이다.
문제는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금천구의 경우 올해 들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2018건으로 폭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말까지의 월세 거래량(504건)과 비교하면 4배를 넘는 수준이다.
금천구는 올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월세 비중(59.1%)이 전세 비중(40.9%)보다 높은 지역이다. 월세 100만원이 넘는 거래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들어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전용면적 113㎡에서 보증금 3억원에 150만원의 월세계약이 체결됐다.
롯데캐슬골드파크 2차 전용 59㎡(24층)는 지난 9월에 보증금 1억원 , 월세 160만원에 계약이 나오기도 했다. 같은 면적의 20층 물건은 지난 1월 1억원 보증금에 90만원으로 월세계약이 체결됐다. 8개월 만에 월세만 놓고 보면 70만원이 오른 셈이다. 이 단지는 매매가가 10억원을 웃돌고 신규로 나오는 전세계약은 6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가운데 반전세 계약마저도 월세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월세 거래가 폭증한 이유로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을 꼽고 있다. 시행된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전세자금대출까지 막은 것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123만4000원으로 지난해 10월(112만원) 보다 10.2%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80만2000원 작년보다 12.5% 올랐다.
또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반전세·보증부월세 포함) 수급지수는 110.6으로 전월(110.0)보다 0.6포인트(p) 상승했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전월보다 증가했다는 얘기다. 서울 중구와 종로·용산구가 있는 도심권의 지난달 월세 수급지수는 108.0으로 전월(100.2)보다 7.8포인트 올랐다.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은 9월 109.2에서 10월 116.9로, 마포·서대문·은평구가 있는 서북권은 109.3에서 110.9로 각각 상승했다.
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물건 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기준 100)한 것으로,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을 뜻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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