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中 통화 절상 경쟁…원·달러 환율 향방은

입력 2021-11-21 17:30   수정 2021-11-22 00:52

3차 대전(헨리 키신저), 2차 냉전(니얼 퍼거슨)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속에 열린 양국 간 정상회담이 끝났다. 기후변화 등 일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은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할 태세다.

이번 회담에서 격렬할 것으로 예상됐던 환율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자국 통화 강세를 원해 외형상으로는 평온하다. ‘위안화 절하’ 문제를 놓고 환율전쟁을 불사해왔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양국 모두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기지로서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지난달 13.5%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30년 만에 최고치인 6.2%를 기록했다. ‘인플레 쇼크’다.

양국의 인플레는 경기과열과 같은 총수요 요인보다 세계가치사슬(GVC)과 공급망(GSC) 붕괴에 따른 공급 측 요인이 강하다. 공급 측 인플레 대책으로 세 감면, 생산성 증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임금상승 억제 등이 있으나 최근처럼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할 때는 자국 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지금 당장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다.

인플레 쇼크가 처음 발생한 지난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0% 정도 절상됐다. 한때 90선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최근 들어서는 96선을 넘어섰다. 인플레 쇼크가 범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10월 물가지표가 발표된 이후 양국의 통화가치 상승 폭이 큰 점도 주목된다.

위안화와 달러화 가치 상승은 양국 경제정책과 맞물려 의외로 오래갈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과 ‘홍색 공급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식 인구 14억 명에다 1인당 소득마저 1만 달러가 넘어 내수시장 구매력도 충분하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미국과의 충돌을 막으면서 내수시장을 키워 경제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도 해외에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과 반도체 등 주요 핵심 부품 및 원자재의 ‘굴기 정책’, 그리고 내년부터 본격화할 ‘사회적 인프라 정책’을 추진하는 데 강달러가 유리하다. 중국보다 유리한 것은 투자자산에 대한 신뢰가 높은 여건에서 캐리 자금마저 유입돼 자산 효과에 따른 성장률 제고도 기대된다는 점이다.

양국이 위안화와 달러화 강세를 동시에 용인하면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수입물가 안정과 날로 높아지는 중하위 계층의 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상승률)를 낮추기 위해 달러 강세를 용인한다는 뜻을 비쳐왔다.

수출 주도로 압축 성장한 우리로서는 양대 경제대국의 자국 통화 강세 용인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화 약세에 따라 수출을 도모할 경우 우려되는 환율 조작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위드 코로나 방역 체제로 돌아선 이후에도 내수 기여도가 크게 제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수출이 받쳐줘야 성장률 급락을 막을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도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 같은 신흥국(MSCI 기준)은 외자 이탈에 따른 방지책이 금리 인상보다는 외화를 충분히 쌓는 일이다. 우리는 직접 갖고 있는 제1선 외화와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제2선 외화까지 포함할 경우 5500억달러가 넘어 가장 넓은 의미의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수준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내수 육성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는다.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 이상으로 올라가더라도 유리한 측면이 더 많이 보이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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