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리 급등에 서로 '네탓' 하는 정부와 은행

입력 2021-11-21 17:43   수정 2021-11-22 00:25

“정부는 할 만큼 했으니 은행도 성의를 보이라는 메시지 아니겠어요.”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부행장을 불러모아 예정에 없던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긴급점검회의’를 열었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 자리에서 “각 은행의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산정 체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하겠다”고 했다. 치솟는 대출 금리에 폭발한 소비자 불만이 은행을 넘어 정부로 집중되자 ‘시장 자율’을 되풀이하던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구두 지도에 나선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 산정 체계에 정말로 문제가 있었으면 혼이 나도 한참 전에 났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은행 대변인이냐’는 말까지 나오니 뒤늦게 액션을 취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발언은 금융위원회가 “최근의 대출 금리 상승은 준거(지표)금리 상승 탓”이라고 정면 반박에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 관심을 모았다. 금융위는 회의 전날인 18일 돌연 자료를 내고 “금리 상승은 글로벌 신용 팽창이 마무리되면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했다.

특히 올 6~10월 은행의 가산·우대금리 조정에 대해 “은행 자체적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대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측면이 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대출 규제에 편승해 은행들이 과도한 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소비자 인식과 거리가 멀다. 두 달 전만 해도 “총량 관리로 우대조건이 줄고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겠지만 그런 고통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한다”던 금융당국 스스로의 판단과도 모순된다.

은행들은 또다시 ‘당국 눈치 보기’ 늪에 빠졌다. 대출 총량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서 ‘나홀로’ 대출 금리를 내렸다가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를 좁히기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지만 은행으로서는 조달 비용이 오르는 셈이어서 대출 금리에는 또 상승 요인이 된다. 이런 은행의 금리 결정 방정식에서 가격 경쟁과 소비자 후생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은 “총량 규제로 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정부는 이를 묵인하는 형국이 됐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금리에 개입하면 잘못된 규제의 부작용을 잡겠다고 또 규제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라고 했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급급해 총량 규제의 부작용을 외면하는 동안 금융정책과 은행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필요할 때만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엄포에만 움직이는 은행 사이에서 소비자는 뒷전이니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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