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곤 서울대 교수 "데이터로 본 코로나 2년, '시민의식' 가장 빛나"

입력 2021-11-21 18:08   수정 2021-11-22 00:31

“보건학과 교수가 아니라 행정학과 교수가 왜 코로나19 데이터를 모으냐고요? 정부의 방역 정책만큼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보고 판단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저와 제자들이 ‘데이터 사관’을 자처한 이유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는 특이한 온라인 게시판이 하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등은 물론 코로나19와 관련한 신용카드 매출과 영화관 매출 변화 등 40여 개 지표를 한데 모아놓은 ‘코로나19 위험도 상황판’이다.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사진)와 제자들이 매일 관련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고 교수는 “질병관리청도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 문화, 산업 등 다양한 지표를 비교해야 한다”며 “학자, 행정가, 언론인 등 누군가가 유용하게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가 집계하는 데이터 지표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감염 △검사 및 치료 △백신 접종 △일상회복 후 사회·경제적 지표 △일상회복 후 집단별 위험도 지표다. 질병관리청, 통계청, 서울시, 한국은행,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등이 제공하는 자료를 취합해 비교 분석한다. 일상회복 정책이 시행되면서 일상회복 관련 지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고 교수는 “일상회복이 시작된 11월부터는 인구이동량 지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특히 백신 접종 이후 이동량이 크게 늘어나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무렵. 그는 “중국 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들을 보면서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한국 사회를 데이터로 분석하는 강의를 해온 만큼 코로나 사태도 데이터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후 제자들과 함께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데이터를 쌓아나갔다.

고 교수는 “연구비를 받지 않다 보니 게시판 접속이 몰리면 가끔 속도가 느려지는 게 조금 아쉽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사태를 데이터로 분석했을 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 국민의 높은 개인 방역 의식이 경제 활동을 지켜냈다는 점”을 꼽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평균적으로 이동량이 50~60%까지 급감한 데 비해 한국은 최대 30% 정도 감소하면서도 비교적 경제 활동을 잘 이어나갔다는 얘기다.

고 교수는 “이동성이 줄지 않으면서 경제 활동을 이어나갔다는 건 시민들의 철저한 방역 참여가 돋보인 결과”라며 “이런 데이터가 주는 시사점을 참고해야 한국 사회에 적합한 ‘일상회복’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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