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지명하는 안건을 올렸다. 당초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선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안건에서 빠졌다.
윤 후보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을 만나 총괄선대위원장 선임이 늦어진 배경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엔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사무실 앞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나는 하루 이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 측이 주도한 선대위 인선에 불만이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선대위 원톱 역할을 맡기겠다고 한 윤 후보 측 공언과 달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위원장 등과 함께 ‘3김(金) 지도부’로 엮인 것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도 “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과 김 전 위원장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전언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과 장 전 의원 등 중진들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9일 권성동 신임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았을 때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과거 인연이나 개인 친소 관계로 (인사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루 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선임을 비롯해 김병준 전 위원장과 김 전 대표를 각각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인선을 둘러싼 갈등을 수습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 측은 “선대위 인선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은 이날 김 전 위원장 측에 “총괄선대위원장을 다른 사람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대표와 김 전 위원장, 임태희 전 의원이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의견은 분분하다. 선대위 출범 전에 주도권을 쥐기 위해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캠프 중진들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중진들이 깨끗하게 선대위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선대위는 새 인물에게 맡기고 중진들은 백의종군의 자세로 각자 맡은 지역에서 표밭을 일구자”고 주장했다.
이동훈/좌동욱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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