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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IT 기업 전문 인수합병(M&A) 자문사 산업창성어드바이저리의 사토 후미아키 대표의 말이다. 메릴린치 도이치증권 등에서 전자기업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그는 20년 전부터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전자 대기업의 ‘헤쳐 모여’를 주장해왔다.
그룹을 해체하고 자금과 인력을 살아남을 사업에 집중한 결과 미국에선 ‘파괴적 혁신’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로 대표되는 거대 테크기업이 속속 탄생했다. 현재 GAFA의 시가총액은 도쿄증시 1부시장 상장사 전체의 시총을 넘어섰다. 기업 분할을 통해 몸집을 날렵하게 바꾼 기업의 이익률은 오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 분할한 회사들로 구성된 S&P미국스핀오프(기업분할)지수는 2006년 말 산출을 시작한 이후 5배 뛰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3.3배 올랐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는 도쿄증시 1부 상장사를 규모와 다각화 정도에 따라 16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한 가지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일수록 이익률이 높았다.
매출 500억엔(약 5203억원) 이하, 최대 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90% 이상인 ‘소규모 전업기업’의 12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8.8%로 가장 높았다. 반면 매출이 2조엔 이상이고 최대 사업의 매출 비중이 50% 이하인 ‘거대 다각화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0%로 최저였다. 문어발 기업의 이익률이 꼴찌인 건 비효율성 탓에 기업 전체 가치가 계열사 가치의 합보다 낮아지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발생해서다. 글로벌 자금이 일본 기업을 외면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12일은 사토 대표의 20년 주장이 현실화한 날이다. 도시바는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회사를 3개로 분할하고 2023년 하반기 각각 상장한다는 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도시바를 인프라서비스와 디바이스, 남은 도시바그룹(도시바반도체) 등 3개 회사로 나누는 게 핵심이다.
일본 대표 기업의 분할 선언이 일본 경제계에 던진 충격은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도시바 분할을 일본 종합전자회사 시대의 폐막 선언으로 해석한다. 다른 복합기업들도 도시바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앞선 딜로이트의 분석에서 거대 기업이지만 한 가지 분야에 특화한 전업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로 16개 그룹 중 세 번째로 높았다. 분할 이후 도시바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토 대표도 “도시바의 복합기업 해체는 일본 산업부흥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전자기업들이 부활하면 그 칼날은 한국을 겨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도시바의 분할 이후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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