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등 가산자산(암호화폐) 법안 제정 논의가 이어져온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민간 협회를 통해 전 업계를 자율 규제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가상 자산 업계 규제 방식에 대한 당국의 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 자산 업자는 협회에 공시를 하고,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시 자본시장법 위반 수준으로 처벌받도록 하는 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가상자산과 관련해 13개의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당국의 감독 권한을 줄이고 업계 중심의 규율 체계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7일 도규상 부위원장은 정무위 법안 소위에 출석,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금융위의 입장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정무위는 이날부터 금융위가 제출한 기본안을 토대로 법안 심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융위는 자율 규제와 분쟁 조정 기능을 갖는 법정 협회를 신설하는 안을 거론했다. 회원은 가상자산사업자(매매 중개 보관 관리업자)로 정했다. 협회는 △공시 시스템 운영 △불공정 거래 감시 및 위반 행위 발생시 형사 고발 △이용자 보호 기금 조성 등의 의무를 갖도록 했다. 단 당국은 협회의 규제와 업체 행위에 대해 일방적 명령권 형태의 시정 권한을 갖기로 했다.
법 위반시 처벌 방향도 세분화해 마련했다. 무인가·무등록 영업시 형사 처벌과 당국 제재를 병행하고, 법령상 공시 절차를 위반할 경우에도 위약금과 함께 형사 처벌하는 안이 검토됐다.
단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거래 등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보다 무겁게 자본시장법 위반 수준의 형사 처벌을 하는 안이 거론됐다. 협회는 업계에 대해 상시 감시를 하되 위반 행위가 생기면 수사 당국에 통보토록 했다. 금융위는 보고서에서 “가상 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이용자 보호와 블록체인 산업 진흥과 균형감도 유지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가상 자산에 대한 금융위의 기본 입장이 나오면서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는 앞으로 법안 소위에서 금융위 입장을 토대로 가상 자산 법안 제정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최종안이 바뀔 가능성도 상당하다.
다만 업계는 우선 기본 방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한 가상자산 업체 관계자는 “협회를 통해 자율 규제를 하는 방안은 업계에서 오랫동안 희망해왔던 사안”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우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타 금융업권에 비해 감독 당국의 감시 책임을 너무 적게 줄여 놓은 것 같다”며 “가상자산 업체들이 출연해 운영하는 협회가 규제를 하면 ‘팔이 안으로 굽는’ 형태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소람/임현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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