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도현이 '멜랑꼴리아'를 통해 섬세한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tvN 수목드라마 '멜랑꼴리아'에서 백승유 역으로 활약 중인 이도현은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매력을 빛내고 있다. 비운의 수학 천재 백승유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다는 평이다.
백승유는 순식간에 지나간 배달 오토바이 번호판과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잠깐 눈 돌린 사이에 큐브를 완성하는 등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평범한 도시 곳곳의 공간도 수학으로 해석될 만큼 특별한 재능을 가졌지만, 그저 카메라 안에 조용히 담아둘 뿐 세상일에 무신경한 모습에서는 깊은 고독감을 느끼게 했다.
학구열이 뜨거운 아성고에서 전교 꼴찌라는 타이틀 말고는 존재감 없던 백승유는 사실 10세에 MIT를 입학해 12세에 돌연 자퇴한 수학 천재. 백민재라는 원래 이름을 지운 탓에 그의 존재는 잊혀져 갔지만 백승유는 여전히 MIT 시절 언저리에 머무른 채 살고 있었다.
"수학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행동은 수학을 밀어내 본 적 없는 그의 진심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옷과 모자에 큼지막하게 박힌 라마누잔의 수 1729, 카메라에 꽁꽁 숨겨 놓은 기하학적 형태들이 그것. 특히 수학 교사 지윤수(임수정 분)가 낸 문제를 지나치지 못하고 증명한 장면은 그 안에 숨겨둔 열망이 얼마만큼인지 가늠케 했다.
지윤수의 가르침에 솔직함을 배우고 용기 내는 법을 익힌 그는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나아가 세계 수학자 올림픽에 당당히 학교 대표로 출전하는 기회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특별한 아이'라는 말만 들어도 발작을 일으킬 만큼 극심한 트라우마가 다시 한번 그를 사정없이 괴롭혔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포기하려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까지 붉혔다.
때문에 스스로 만든 벽을 깨고 나와 스피치 무대에 오른 4회의 한 장면은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천재 소년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임과 동시에 지독했던 성장통의 마침표를 의미, 강한 전율과 함께 물밀 듯한 여운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백승유는 수학을 향한 진심만큼 자신을 보듬어준 지윤수를 향한 특별한 감정도 커지는 중이다. 지윤수만 보면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던 미소가 이제는 저조차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가고 있는 것. "내 마음대로 될까요? 뭔가에 빠지고 빠지지 않는 게"라며 지윤수를 바라보던 표정은 애틋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상처있는 수학 천재의 고독감과 변화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아련한 감정까지 백승유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이도현의 연기가 몰입을 높이고 있다.
한편 '멜랑꼴리아'는 수, 목요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