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밀리고 실탄 없고…이마트24 '사면초가'

입력 2021-11-24 18:12   수정 2021-12-02 15:39

편의점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가 진퇴양난에 처했다. 신규 점포 출점 제한에 발이 묶여 GS25, CU, 세븐일레븐 등 ‘빅3’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 인수합병(M&A)에 ‘실탄’을 쏟아부은 모회사 이마트의 자금력도 예전만 못하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신세계그룹의 사업 방향에서 이마트24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수록 벌어지는 ‘빅3’와의 점포 격차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3분기 편의점사업부 매출은 1조9252억원로 업계 1위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1조8365억원의 매출로 바짝 뒤쫓고 있다. 3위인 세븐일레븐(1조1352억원)도 분기 매출 1조원을 넘었다. 반면 이마트24의 매출은 5178억원에 그쳤다.



‘규모의 경제’인 점포 수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GS25와 CU는 지난해 말 기준 각 1만400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1만501개다. 이마트24는 5169개로 3위와도 더블스코어로 뒤처지고 있다.

2014년 ‘위드미’를 인수하고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이마트24는 당초 2020년 점포 6000개·흑자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이 219억원에 달하며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이익도 4000만원에 그쳐 연간 흑자전환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려야 하지만 기존 편의점에서 50~100m 이내에는 신규 편의점을 열지 않기로 한 ‘편의점 자율 규약’이 걸림돌이다. 2018년 발표된 이 규약은 올해 말 일몰되지만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주도로 연장 여부를 논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를 포함한 대부분 편의점사가 연장에 찬성 의견을 냈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로선 신규 출점 제한이 선두 업체를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적 장애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가 자율협약 연장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맹점주 보호’라는 명분 때문”이라며 “나 홀로 출점경쟁에 나서면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장욱 이마트24 대표도 자율규약 연장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마트 ‘변심’에 자금 조달마저 홀로서기
자체적으로 점포를 늘리지 못한 상황에선 M&A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전국 점포 수 2607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미니스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이마트24가 인수하면 당장 점포 수를 8000개 이상 규모로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모기업인 이마트 자금여력이 예전같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는 2014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마트24 유상증자에 열 차례 참여해 총 2980억원을 수혈해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유상증자는 사라졌다. 이마트는 대신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M&A에 실탄을 쏟아붓고 있다. 올 들어 이베이코리아(3조5591억원),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2650억원) 등 e커머스 업체 인수에만 3조8000억원 넘게 썼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수동의 이마트 본점도 처분했다.

이런 상황 변화로 인해 이마트24는 운영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사모채를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300억~400억원대였던 사모채 연간 발행 규모는 지난해 900억원(7차례), 올 들어 550억원(3차례) 규모로 커졌다. 이마트24는 와인 특화매장, 주식연계 상품 개발과 함께 무인점포 확대 등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탄도 없는 상황에서 회사 안팎의 요구 수준이 높아 고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신세계그룹에서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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