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일본의 코로나 미스터리

입력 2021-11-24 17:15   수정 2021-11-25 00:16

“일본만 왜 이렇게 확진자가 적지?”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가운데 일본에서만 유독 신규 감염자가 급감한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일본의 하루 확진자는 최근 들어 50~1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가 4000명을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일본 특유의 사회적 배경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부터 꽃가루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잘 쓰는 분위기, 정부의 권고를 잘 따르는 국민성, 서로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꺼리는 문화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5차 유행까지 겪은 그간의 일을 다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검사 건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지난 8월 하루 16만 건까지 늘었던 검사 건수가 2만 건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확진율은 8월의 20%대에서 최근 0.3%로 급감했다. 우리나라 확진율 3.6%보다 훨씬 낮다. 그만큼 감염자가 줄었다는 얘기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백신 효과’다. 일본의 1차 접종률은 79%에 육박하고, 2차 접종률도 약 77%에 이른다. 이들 중 99.95%가 화이자·모더나 제품을 맞았고 아스트라제네카는 0.05%로 적었다. 이 두 백신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강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부터 64세 이하 접종이 집중적으로 진행된 덕분에 집단 면역 효과가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하나는 ‘일본 델타 바이러스 자멸설’이다. 델타 변이가 짧은 기간에 급속히 확산하면서 변이 바이러스 안에 오류가 일어났고, 증식에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 정보가 망가져 사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올림픽 이후 긴 휴일 명절이 없어 인구 이동이 적었고, 마스크 착용과 백신 효과가 겹치면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 면역이 빨리 생겼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석 달 만에 이처럼 확진자가 급속도로 줄어든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 감염 예방 효과가 높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주로 맞고, 2차 접종도 기한 내에 제대로 한 데다 부스터샷까지 앞당긴 덕분이라는 점은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백신 구입뿐 아니라 2차 접종과 추가 접종까지 차질을 빚은 우리나라의 늑장 대응이 상대적으로 부각돼 아쉽고 또 안타깝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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