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동시다발로 겪었다. 글로벌 경제는 지난해 3.3% 위축됐다.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심각한 위기 징후가 포착됐고 다양한 구조적 변화도 잇따랐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이던 1998년(-3.3%) 후 처음으로 역성장(-1.0%)을 기록했다.
한국은 그나마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경제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309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은 역성장했지만 글로벌 경제 규모 순위는 10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코로나19에 따른 새로운 현실에서 한국 중소·중견기업은 신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코로나19는 기업의 약한 고리를 여실히 드러냈지만 산업 생태계 변화도 가속화했다는 평가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계기도 됐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위기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연구개발(R&D)과 투자를 지속하며 전진하고 있다.
세아그린텍은 2001년 설립된 대기오염 방지 분야 전문기업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는 대기오염 방지 시스템을 설계·제작·시공한다. 최근 개발한 모듈형 대기오염 방지 시스템이 코로나 극복 일등공신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과 달리 모듈형 필터를 적용하면서 생산성과 시공성, 유지보수성을 크게 높였다. 세아그린텍은 경북대와 협력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내년에 개발 완료 예정인 지능형 송풍기는 제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상 가동을 감지하고 예방 정비를 위한 부품 교체 시기도 2~4주 전 미리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산업용 컴퓨터 제조업체 보스코텍도 코로나19를 연구개발로 극복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올해 창업 20년을 맞은 보스코텍은 주력 제품인 네트워크 제어장치의 안정성을 높이고 더 견고한 산업용 패널 PC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중소·중견기업을 돕기 위해 정치권과 협회·단체도 힘을 모으고 있다. 내년이면 설립 60주년을 맞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표적이다. 중기중앙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힘을 합쳐 내년부터 제3차 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탄소중립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협동조합 대응방안 등을 마련했다. 신산업 관련 중소기업 협동조합 설립을 돕는 것도 포함한다.
비대면 시대로 전방위적 디지털화가 추진되지만 디지털 투자·전략의 비효율성이 여전히 포착되고 있는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디지털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위기를 헤쳐나가며 도전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기준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며 뉴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길을 걷다가 돌을 보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 한다”고 했다. 변화에 적응한 중소·중견기업은 코로나19라는 디딤돌을 밟고 위드 코로나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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