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리 인상은 긴축(tightening)이 아닙니다. 정상화(normalization)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인상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만큼 그간 비정상적으로 돈을 풀어온 정책(통화 완화)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돈줄’을 죄지 않으면 물가·집값이 더 치솟고, 경제가 되레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한은은 내년 1~2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의지가 워낙 강해 내년 세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연 1.7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로 인상하면서 ‘연 0%대 초저금리 시대’도 1년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을 예고한 뒤에도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민간소비 역시 정부의 방역체계 전환에 따라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대해선 일축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가장 먼저 경기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며 “지금의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고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인 데다 시중 유동성은 풍부하다”고 말했다. 실질 기준금리는 가계·기업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금리 수준으로 명목 기준금리(연 1%)에서 향후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11월 2.7%)을 뺀 수치다. 이날 기준금리를 올렸어도 11월의 실질 기준금리는 연 -1.70%로 10월(-1.65%)보다 0.05%포인트 떨어졌다.
주요 물가지표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상승하면서 2012년 1월(3.3%) 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치(2%)를 웃도는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봤지만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죄려는 것이다. 지난 9월 말 가계부채(가계신용)는 1844조9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36조7000억원 증가했다. 그는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금리가 올라가면 과도한 차입을 바탕으로 하는 수익추구가 줄어들 것”이라며 “금융 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말 이후 통화정책은 안갯속이다. 이날 유일하게 ‘금리동결’ 소수 의견을 제시한 주상영 금통위원을 제외한 5명(이승헌·조윤제·임지원·서영경·박기영 금통위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만큼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분기 이후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인상되면서 연 1.50~1.7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올라가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대까지 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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