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종부세는 지속가능한 세금인가

입력 2021-11-25 17:48   수정 2021-11-26 00:10

종합부동산세는 노무현 정부 초반에 만들어졌다. 2004년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애초부터 부유세의 개념으로 출발했다. 서울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때리면 집값이 안정되겠거니 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주문을 했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나치게 과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납세자들의 부담도 생각했고 조세 저항도 따져봤다.

그래서 나온 것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인별 과세’다. 당시 공시가격 기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많지 않았다. 첫해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3만6000여 명, 세액은 391억여원이었다.

종부세가 시행됐지만 2005년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를 쥐락펴락했던 386 실세들은 이 부총리를 경기도 광주 땅투기꾼으로 몰아 사퇴하게 했다. 이어서 나온 것이 ‘8·31대책’이다.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종부세 대상은 6억원 초과 주택으로, 납세 의무는 세대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2006년 종부세 대상자는 23만5000여 명, 세액은 5200억여원으로 급격히 불었다.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데다 제도를 바꿔 부담을 완화해 줬기 때문이다. 다시 문제가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2007년 이후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5조7000억원으로 뛰었다. 대상자도 94만7000여 명에 이른다.

종부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세금인가. 경제학자들 중 상당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선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부유세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 논쟁은 또 있다. 이중과세다. 소유하고 있는 집에 재산세를 먼저 떼고 난 뒤 또 부과하는 것이 종부세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헌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온다. 외국에 종부세 제도가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부담의 정도다. 부유세라 하더라도 그 수준이 높지 않다면 저항이 덜할 수 있다. 1주택자에 대한 최고 세율은 3%이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이상엔 6%가 부과된다. 20% 가산되는 농어촌특별세까지 더하면 7.2%다. 다른 소득이 없다면 14년이면 정부에 집을 뺏기게 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종부세 부담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수치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대상자는 33만2000여 명에서 94만7000여 명으로 3배 늘었다. 세액은 3800여억원에서 5조7000여억원으로 15배 불었다.

정부는 그래도 국민의 2%에만 부과되는 세금이라고 항변한다. 학생 군인뿐 아니라 갓난아기까지 다 분모에 넣은 수치다. 신생아도 세금을 내야 하는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게 정부다. 분모를 집을 가진 사람으로 바꿔보면 비율은 6%로 뛴다. 이게 상식이다. 납세 대상자의 6%에 부과되는 징벌적 과세, 이것이 현재의 종부세다.

내년엔 징벌의 대상과 규모가 훨씬 커지게 된다. 당장 올 들어 현재까지 집값이 20%가량 뛰었다. 산술적으로 올해는 대상이 아닌 시세 13억~16억원 구간의 주택도 내년엔 종부세 대상이 된다. 서울에서만 네 채 중 한 채가 종부세 대상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부유세 논의가 있었다.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주식 채권 등의 평가차익에 과세하자는 것이었다. 대상자는 1000명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헌 논란이 불거져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한국의 종부세는 이제 더 이상 부유세가 아니다. 서울에서 네 채 중 한 채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중산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불러야 할 시점이다. 중산층에 과도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이를 방치하는 정부 역시 지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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