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세계에 사람들을 모으고, 가상 공간 안에서 경제 생태계가 굴러갈 수 있도록 돕는 NFT와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성을 부인하는 전문가들은 이제 없다. 다만 단기간에 주가수익비율(PER) 100배를 넘어서는 종목이 나타나는 등 메타버스, NFT 테마주의 과열 양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최근 메타버스·NFT 상승장을 두고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나 NFT 관련 신사업 발표만 하면 주가가 오르는 최근 모습이 인터넷 관련 사업에 진출한다는 발표와 함께 주가가 급등하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이 같은 버블이 내년 가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년까지 더 많은 업종에서 메타버스나 NFT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거나 사명을 바꾸는 업체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닷컴 버블 당시 미국 금리가 6%대였음에도 수백%씩 상승한 종목이 속출했던 것을 감안하면 메타버스·NFT는 내년 가을까지 주목해야 할 기술”이라고 말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메타버스·NFT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6월을 고점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경기가 나쁠수록 투자자들은 성장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가 인상되긴 했지만 주식시장엔 앞으로 두 번의 추가 인상까지 미리 반영된 상태”라며 “메타버스나 NFT 같은 성장주가 더 비싸질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NFT 장세가 더 길게 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단기 수급이 크게 몰리긴 했지만 메타버스와 NFT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는 메가트렌드인 만큼 주가 수준은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며 “게임이나 NFT거래소 같은 핵심 종목은 2~3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면서 투자자가 테마에 열광하는 시기가 지나고 앞으로 1년여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메타버스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위지윅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 등 영상 시각효과(VFX) 기업은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 기업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114.79배, 123.26배에 달한다. 김 대표는 “영화 특수효과 등을 통해 올린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이 산업의 주인공을 찾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 바람’을 타고 수백~수천%씩 오른 미국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아 성장한 기업은 아마존뿐이다. 주당 7~8달러 선이던 아마존 주가는 닷컴버블을 타고 106달러까지 올랐다가 다시 10달러 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35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현재 IT 산업을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은 닷컴버블 이후에 탄생했다”며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것과 실제 산업의 ‘위너’가 되는 건 다른 이야기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