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풀이
杯 : 술잔 배
中 : 가운데 중
蛇 : 뱀 사
影 : 그림자 영
술잔 속에 비친 뱀 그림자라는 뜻으로
쓸데없는 일로 근심하는 것을 비유
- 《진서(晉書)》
진(晉)나라 악광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고 생활이 어려웠지만 한눈팔지 않고 학문에 전념해 벼슬길에 올랐다. 지혜로운 악광은 관리가 되어서도 매사에 일처리가 신중했다.
악광이 하남(河南) 태수로 재임했을 때 일이다. 악광에게는 친한 친구 한 명이 있었다. 그 친구는 악광에게 자주 놀러와 술자리를 같이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한동안 발걸음이 뜸해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악광은 몸소 친구에게 찾아가 보니 얼굴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요사이 어째서 놀러오지 않나?”라고 물으니 친구가 답했다. “전에 자네와 술을 마실 때 내 잔 속에 뱀이 보이지 않겠나(杯中蛇影). 그렇지만 자네가 무안해할지 몰라 할 수 없이 그냥 마신 이후 몸이 별로 좋지 않네.”
이상하다고 생각한 악광은 지난번 술을 마신 그곳으로 다시 가보았다. 그 방의 벽에는 뱀이 그려진 활이 걸려 있었다. 비로소 악광은 친구가 이야기한 뱀의 정체를 알았다. 친구의 술잔에 활에 그려진 뱀이 비추어진 것이었다. 악광은 친구를 다시 초대해 예전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술을 따른 다음 “무엇이 보이지 않나”라고 물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뱀이 보이네.” 친구가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러자 악광이 웃으면서 “자네 술잔 속에 비친 뱀은 저 벽에 걸린 활에 그려진 뱀의 그림자네”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활에 그려진 뱀을 쳐다보는 순간 친구의 마음 병은 씻은 듯 나았다. 중국 진(晉)나라의 기록을 담은 역사서 《진서(晉書)》 악광전에 나오는 얘기다.
배중사영(杯中蛇影)은 ‘술잔에 비친 뱀 그림자’라는 뜻으로, 쓸데없는 일이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 근심하고 애를 태우는 것을 일컫는다. 우리말 속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와 함의가 비슷하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도 쓸데없는 걱정을 경계하는 말이다. 사영배궁(蛇影杯弓) 또는 배궁사영(杯弓蛇影)으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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