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손실보상금 같은 정부 지원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자율적 계약 상대방인 카드사를 쥐어짤 일은 아니다. 소상공인들도 지갑을 여는 순간, 소비자라는 점에서 인위적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혜택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카드 무이자 할부 가맹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한경 보도(11월 26일자 A1면 참조)가 그런 역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2018년 382만 개였던 무이자 할부 가맹점 수는 지난 9월 315만 개로 67만 곳(17.5%) 급감했다. 비중도 같은 기간 31.0%에서 23.8%로 떨어졌다. 반대로 카드 연회비는 최근 2년새 10%가량 올라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카드사들도 역마진이 나는 무이자 할부를 마냥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2년간 이미 13차례 카드 수수료율을 내렸고, 그 영향으로 2015년 평균 4%였던 수수료율은 최근 2%대까지 낮아졌다.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고,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율은 0%대로 내려왔다.
카드 결제망이 공공재가 아니란 점에서 정부가 ‘적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수수료 상한선 규제가 아니라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시장의 공정 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을 인위적으로 틀어버리면 소비자 후생 감소와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나 부작용이 막대할 것이다. 당장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의 형평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 통신비 인하 압박도 통신품질 저하의 위험을 키울 것이다. 정부 통제가 있으면 경쟁도, 혁신도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생색낼수록 소비자 혜택은 줄어드는 역설을 이젠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카드 수수료 제도 개편이 아니라, ‘근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여당도 선거철 단골메뉴로 카드 수수료를 들먹이는 행태를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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