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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017년 9379건이던 신규 부동산 법인 설립 건수는 2019년 1만4473건으로 뛰었다. 부동산업자 A씨가 가족 명의로 법인 여러 개를 설립해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수십 채를 사들이는가 하면, 지방의 병원장이 법인을 설립해 부인 명의 아파트 2채 중 한 채를 넘기기도 했다. 초고가 주택인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의 법인 명의 주택이 23가구에 이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해부터 법인은 개인보다 더 큰 종부세 부담을 진다.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우선 세율에서 개인은 2주택자 이하는 0.6~3.0%, 3주택자(조정지역 2주택) 이상은 1.2~6.0%지만 법인은 2주택자 이하 3.0%, 3주택자 이상 6.0%의 단일 세율을 적용받는다.
개인에 대한 기본공제 6억원이 법인에는 적용되지 않아 보유 주택 가치가 얼마이든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개인의 경우 최대 300%인 세부담 상한도 적용받을 수 없어 전년 대비 종부세가 10배 늘든, 20배 늘든 납부해야 한다.
투기 목적이 아니더라도 제도 변화에 따라 종부세가 급증한 사례가 많다. A씨는 10년 전부터 충청권을 중심으로 임대사업을 해왔다. 법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다음 다세대주택을 지어 개인에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대출 조건 등에서 법인 설립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A씨가 올린 임대료 수입은 6000만원. 하지만 최근 8000만원에 이르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세무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 아래서는 뾰족한 절세 수단이 없다고 말한다. 사원 기숙사 등으로 이용하면 종부세 합산 배제를 받을 수 있지만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법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정섭 이정섭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추가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법인 소유 주택을 정리하는 것이 보유세 증가를 피할 수 있는 길”이라며 “사회적 가치 등을 추구하는 법인이라면 조세불복이나 법 개정을 중장기적으로 요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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