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만명 집회 못막은 경찰, 왜 민노총만 예외인가

입력 2021-11-28 17:23   수정 2021-11-29 00:2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난 주말 또 1만 명 규모의 불법 집회를 강행해 논란이다. 서울시와 경찰, 법원이 모두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지만, 행사를 밀어붙였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와 중증환자가 연일 기록 경신 중이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경고까지 나온 상황에서다. 도 넘은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번 집회는 코로나 5차 확산의 중차대한 시기에 강행됐다는 점 외에도 주목할 대목이 적지 않다. 민노총은 지난 25일 양경수 위원장 석방 직후부터 단체행동에 더 열을 내고 있다. 화물연대는 양경수 석방 당일 보란듯이 사흘간의 전국 파업에 들어갔고, 공공운수노조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양 위원장은 석방 때 “문재인 정부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고, 공공운수노조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때까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다음 정권을 상대로 세(勢) 과시와 정치투쟁을 선포한 모양새다.

요구 내용도 그렇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동법 적용 확대 등 상투적인 내용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해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나라곳간 열쇠를 틀어쥐고 필요한 지출을 안 해 사회 공공성을 해친다는 게 명분이지만, 좌파·노동계 요구에 제동을 거는 관료 사회를 손보겠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민노총이 이렇게 ‘안하무인’이 된 데는 현 정권의 책임이 크다. 선거 때마다 민노총의 조직과 표를 얻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강행, 기업규제 3법 등 요구사항을 예외없이 들어줬다. 막무가내식 불법 파업과 집회·시위 때도 말로만 ‘무관용 원칙’ ‘엄정 처벌’일 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보수단체와 자영업자 집회에는 원천봉쇄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해 ‘이중 잣대’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에도 경찰이 ‘엄정 수사’를 언급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 정부에서라도 이런 파행을 바로잡아야 할 텐데 기대 난망이다. 여당 대선후보는 벌써부터 노동계에 구애 작전이다. 노조가 원하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공무원 타임오프제를 필요하면 연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하겠다고 했다. 안하무인의 ‘민폐 노조’, 나라 갉아먹는 ‘노조 공화국’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이런 정치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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