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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패션 브랜드 연매출 1조원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이다. 중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티니위니’도 2017년 8700억원에 팔리기 전까지 최고 매출이 약 4000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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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대표로 임명받을 때 ‘매출 1조원짜리 브랜드를 만들라’는 특명을 받았다”며 “오프라인 중심적 사고, 이랜드리테일 등 계열 유통·공장에만 의존하던 관행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계별로 뜯어고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벌인 ‘3년 실험’의 공을 인정받아 최 대표는 내년에도 회사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것은 ‘생각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패션의 전쟁터는 제품이 담기는 모바일 화면 속 가로·세로 1.5㎝”라며 “이 작은 공간에 얼마나 눈에 띄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겉에 보이는 공간의 크기는 백화점, 아울렛보다 훨씬 작지만 온라인의 잠재력은 무한대”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한때 사내에 팽배했던 ‘이랜드가 1등’이란 자만을 걷어낸 것도 최 대표가 일궈낸 성과 중 하나다. 이랜드는 1980년 박 회장이 2평짜리 ‘잉글랜드’라는 이화여대 앞 옷가게에서 출발, 1980년대 패션 프랜차이즈라는 신(新)유통을 처음 선보였다. 1994년 진출한 중국에선 연매출 2조5000억원 규모를 달성하는 등 국내 패션 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최 대표는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F&F의 김창수 회장의 경영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며 “무신사와 협업하는 것도 당장 플랫폼을 만들지 못한다면 1등 플랫폼에 올라탄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상품 기획부터 출고까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실험이다. 기존 최대 6개월 걸리던 이 기간을 ‘국내 이틀, 해외 기준 5일’로 바꾸고 있다.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추구하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 구현이 목표다.
최 대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데이터”라며 “상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스파오 전 제품에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약 100억원을 투자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에서 출고하는 즉시 구매자의 안방에 바로 배송하는 무(無)재고 유통을 조금씩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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