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당시만 해도 예산과 금융, 세제, 국고, 외환에 이어 정부 기획조정 업무까지 총괄하는 명실공히 ‘경제정책 사령탑’이었다. 수습 사무관들에게 당연히 최고 인기 부처였다. 상위권에서 지원 이탈자가 생기면 뉴스가 될 정도였다.
그런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민간인을 장관으로 과감히 앉혔고, 뒤이은 정권들도 과거처럼 관료들에게만 기대진 않았다. 기재부 위상이 서서히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 정부 들어선 바닥 모르고 급전직하다. 지난해 일반행정직 중에서 1지망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1~3지망을 포함해서도 ‘꼴등’이다. 재경직 중에서도 공정위, 금융위 등에 앞순위를 내줬다. 한창 일할 중간 관료들의 민간행 엑소더스도 이어지고 있다.
관가에선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본다. 우선 과거 같은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예산이나 정책의 무게중심이 상당부분 여의도(국회) 쪽으로 기울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증권거래세 인하,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 등을 놓고 여당과 대치하다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최근엔 ‘국정감사’와 ‘기재부 해체’ 협박까지 받았다.
이런 갈등 상황이 벌어지면 대통령이 경제부총리를 정치적으로 감싸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현 정부에선 번번이 여당 편이다. 물론 과거 같은 리더십의 부재나 엉터리 세수추계 등으로 여당에 공격의 빌미를 준 이유도 있다. “후배들이 짐을 싸는데 딱히 말릴 명분이 없다는 게 더 안타깝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 와중에 여당 대선후보가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주면 (기재부를) 맴매(매로 때린다는 의미의 유아어)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지역화폐 예산 증액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관료사회를 얼마나 더 ‘묵사발’로 만들어야 만족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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