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2)는 2년 전 결혼하면서 신혼 가전으로 LG전자 무선청소기 '코드제로'를 샀다. 살 때만 해도 1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비싼 청소기라 튼튼하니 오래쓸 것 같았지만, 최근 무선청소기가 아예 작동을 하지 않았다.
A씨는 당장 서비스센터로 갔다. 서비스센터에선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기본으로 장착됐던 배터리 두 개가 모두 수명이 다 됐다고 했다. 배터리를 갈아야 하는데 개당 10만원씩 하는 배터리 가격에 A씨는 고민에 빠졌다.
구형이 된 청소기를 새 것으로 바꾸는 게 나을지 생각해봤지만, 비싸게 주고 산 청소기를 갑자기 처분하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배터리를 구매했다. 필터 교체까지 더해 A씨가 수리에 쓴 총 금액은 22만5500원.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적당한 가격대의 청소기를 고장날 때까지 쓰는게 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가정에서 '필수품'이 된 무선청소기가 짧은 배터리 수명에다 교체 가격도 비싸 고객들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 등 홈페이지를 보면 무선청소기 배터리 가격은 개당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의 무선청소기 제트 200W SE용 기준 배터리 판매가는 15만원, LG전자의 경우 10만원, 다이슨은 다이슨 V15™ 무선 청소기 기준 배터리 가격이 12만9000원이었다.
프리미엄급 청소기라 배터리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실제 고객들은 교체 주기가 생각보다 짧아 매번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배터리를 구매하기에는 확실히 부담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LG전자는 코드제로 A9, A9S의 배터리 구매 및 교체 시기에 대해 "자사 시험 기준 충전과 방전을 1회 기준으로 잡았을 때 500회 사용시 초기 성능의 70% 이상 유지하도록 스펙을 관리하고 있다"며 "실사용 조건을 감안하면 배터리 2개 기준 5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과 A씨의 실제 배터리 사용기간은 차이가 컸다. 5년 이상 사용 가능하단 설명과 달리 2년 만에 배터리 2개가 모두 완전 방전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배터리 사용시간에 대해 "제트라인 무선청소기 기준 배터리 완충과 방전을 한 사이클이라고 했을 때 약 500회 가능하고 이후 100% 사용 가능한 배터리 성능이 70%, 50% 순으로 차츰 줄어든다"면서 "배터리를 100% 성능으로 하루 한 번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1~2년 간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슨 측은 "(배터리 사용 시간이)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고 빈도에 따라 다르다"며 "일반 모드로 사용해도 되지만 세게 빨아들일 경우 배터리 소모가 더 빠르다"고 덧붙였다.
중저가 가전의 경우 아예 배터리가 방전되면 새 물건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B씨(34)도 최근 이같은 경험을 겪었다.
최근 물걸레 청소기의 배터리가 방전됐는데 수리하지 않고 새 가전을 사기로 한 것. B씨는 "12만원에 샀는데 수리하려 했더니 배터리 가격만 4만3000원이었다. 고객센터도 집 근처에 없어 택배 배송하고 10일이나 걸린다고 하길래 그냥 새 걸로 구매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고객들은 사설 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포털에 '청소기 배터리'를 검색하면 나오는 업체들이다. LG전자나 삼성전자, 다이슨에서 제공하는 정품이 아닌 비품인 셈이다.
물론 공식 업체는 이러한 비품 배터리 교체를 권장하진 않는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부담돼 비품까지 찾아보는 형편이지만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비품을 권장하지는 않는다"고만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