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토후국 두바이가 자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국영기업 민영화에 나선다. UAE의 양대 토후국인 아부다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자본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는 최근 10개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일부 주식을 두바이 증권거래소(DFM)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바이 전기수도공사와 도로공사 살릭 등이 그 대상이다. 또 두바이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를 UAE 수준이 아니라 두바이 차원에서 자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기업의 상장도 독려하고 있다. 두바이 테크기업 스타링크의 니달 오스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 나스닥두바이(국제주식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라면서 “정부가 기술회사의 상장 과정이 수월하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두바이 정부는 침체된 민간 자본시장의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경쟁국인 아부다비와 사우디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2000년 설립된 후 5년여 만에 당시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의 세 배인 1200억달러(약 142조6200억원)까지 거래 규모가 늘어나는 등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4년 유가 폭락 등 연달아 직격탄을 맞은 이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엔 DP월드 이마르몰 등 일부 주요 기업의 상장 폐지가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두바이 증권거래소의 대표 지수는 2005년 대비 60%가량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부다비증시 지수는 40% 정도 상승했다. 아부다비 주식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두바이의 열 배에 달한다. FT는 “아부다비 주식시장의 눈부신 성장은 몇몇 주요 기업의 IPO에 의해 이뤄졌다”며 “올해 아부다비 국영 석유기업이 시추 자회사를 분할해 공모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의 주식시장 규모는 2조5000억달러로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이미 크게 앞질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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